관건은 확진자 규모 하락 전환 시점…40일 넘게 정점 지속 독일·오스트리아 따라가면 ‘최악’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은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대’이던 12월 중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1월 5일 2681.66명으로 정점을 찍고 1월 9일(2607.06명)까지 5일 정도의 짧은 정점 구간을 지난 뒤 하락 전환했다.
2월 17일에는 710.33명으로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치로 돌아가면서 영국은 각종 방역 규제를 풀고 일상 회복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3월 1일(611.56명)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전환해 3월 21일에는 1304.62명까지 유행 규모가 확대됐다.
프랑스 역시 3월 초부터 유행 규모가 상승 전환됐다. 프랑스는 12월 21일 800명대에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1월 25일 5436.72명으로 매우 가파른 유행 확산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정점 구간 없이 바로 하락 전환해 3월 초에는 700명대까지 유행 규모가 축소되며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즈음 재확산이 시작돼 22일에는 1467.42명까지 유행 규모가 반등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스 등의 국가들도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3월 초부터 다시 유행 규모가 커지는 재확산이 확인되고 있다. 포르투갈과 벨기에 등의 국가에서도 서서히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프가 상승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직 미국에서는 눈에 띨 만큼의 큰 재확산은 없어 보인다. 3월 14일 이후에는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내려가 9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며 경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미국은 미국 국내 상황보다는 3월 초부터 시작된 유럽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3월 20일(현지시간) ABC 방송에서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전혀 아니”라며 “이 바이러스는 전에도 우리를 속인 적이 있고, 우리는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에 반드시 대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 등 전염병 전문가들은 유럽에서의 재확산 원인으로 오미크론(BA.1)의 하위 변이인 ‘BA.2’를 주목하고 있다. 소위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BA.2 변이는 이미 전세계적인 점유율은 60%, 국내 점유율은 40%를 넘긴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 스텔스 오미크론은 중증화율과 치사율, 입원율 등에서는 기존 오미크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염력은 30%가량 더 강력하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하위 개념이긴 하지만 또 다른 변이인 까닭에 기존 오미크론 확진자의 재감염률도 다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난 국가들이 대거 방역 규제를 해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스 클루주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이 3월 22일(현지시간) 몰도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너무 급격하게 줄였다”며 “유럽사무소 관할 53개국 가운데 18개국에서 감염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아일랜드,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확산세가 두드러지는 국가”라고 소개하며 “유럽 전반의 코로나19 진행 상황은 아직 낙관적이지만 경계를 늦출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텔스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을 기반으로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조치 해제, 백신패스 조치 해제 등의 각종 방역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어렵게 오미크론 정점 구간에 돌입한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스텔스 오미크론의 국내 점유율은 40% 정도로 전세계 평균인 60%보다 낮아 아직 더 감염이 확산할 여지는 충분하다. 아직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조치 해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백신패스 조치는 사실상 해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사적모임은 8명까지 완화됐고, 다중이용시설 12종 영업시간도 밤 11시까지 허용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에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스텔스 오미크론이 유행했고 이미 각종 방역 규제도 하나둘 완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정점 도달 시점이 다소 늦어졌고 유행 규모 역시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를 최대 30만 명대 후반으로 예측했던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나 62만 1328명까지 확대됐다.
한국은 유럽처럼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난 뒤의 재확산까지 우려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당장 정점 구간이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당면과제다. 상당수의 국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에 도달한 뒤 하루 내지는 2~3일 뒤 바로 하락 전환했다.
일주일가량 정점 구간이 이어지다 하락 전환한 국가들도 있다. 네덜란드는 2월 7일에서 13일까지, 벨기에는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오미크론 정점 구간이 이어진 뒤 하락 전환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호주는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 구간이 이어졌다.
문제는 한국처럼 오미크론 대유행이 다소 늦게 시작돼 정점 도달도 늦은 일부 국가들에서 정점 구간이 매우 길어지는 현상이 목격되곤 한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월 29일 7899.96명으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였지만 바로 하락 전환하지 못하고 정점 부근에서 머무르다 보름가량 지난 2월 13일 7970.81명으로 다시 정점을 찍은 뒤 비로소 하락 전환했다.
가장 심각한 유럽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다. 독일은 12월 28일까지 272.36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유행 규모 통제가 이뤄지다 유럽에선 다소 뒤늦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됐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일찍 시작된 영국과 미국 등이 1월 초중순에 이미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한 데 반해 독일은 2월 14일에서야 2434.78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점 도달 이후 꾸준한 하락세로 전환하지 못한 채 꾸준히 등락을 반복하며 3월 2일 1570.19명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반등해 3월 20일에는 2619.24명까지 치솟았다. 그 이후 조금씩 하락하는 모양새지만 이대로 하락 추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상승 전환할지를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2월 14일부터 최근까지 적어도 40일 넘게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 구간이 이어지는 셈이다.
오스트리아는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명대였던 12월 말에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한 달 뒤인 1월 28일 3718.28명을 기록하며 정점 구간에 돌입했다. 2월 19일 2780.80명까지 하락한 뒤 열흘 정도 등락을 반복했는데 3월 들어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3월 18일 4985.82명까지 급등한 뒤 최근 다시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정점 구간을 지나 하락세가 본격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오스트리아는 오미크론 정점 구간이 무려 50여 일이나 되는 데다 유행 규모도 독일보다 크다.
그래프 상으로는 3월 16일 7844.36명으로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 역시 아직 하락 전환된 상황이 아니다. 3월 21일 7540.28명까지 소폭 하락했지만 22일 다시 7790.84명으로 상승 전환됐다. 어느 정도 상승세 자체는 멈춘 것으로 보여 정점 구간 돌입까지는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쯤 본격적인 하락세로 전환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벌써 정점 구간이 일주일을 넘겼는데 덴마크처럼 보름가량 정점 구간이 이어지다 하락 전환할 수도 있지만 자칫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장기화될 수도 있다. 심하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례처럼 40~50일 이상 정점 구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케이스가 한국 입장에선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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