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SBS |
#김삼순-그의 인생을 바꾼 그 이름
김선아의 인생은 2005년을 기점으로 바뀐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내 이름은 김삼순>이 시작된 2005년 6월 1일 이후 김선아는 ‘김삼순’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드라마가 방송된 기간은 고작 51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삼순이들이 그에게 열광했고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우리는 이걸 신드롬이라 부른다. 이 51일은 향후 김선아의 인생을 지배했다.
김선아는 김삼순이 되기 위해 10㎏을 찌웠다. 여기까지였다면 김삼순은 현실에 찌든 30대 노처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뼛속까지 김삼순으로 분한 김선아의 연기는 또래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스타’가 됐고 ‘배우’로 인정받았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당시 함께 출연했던 현빈은 극중 이름인 ‘현진헌’이 아니라 ‘삼식이’로 불렸다. <시크릿가든>의 길라임도 <내 이름의 김삼순>의 김삼순과 대결했다면 현빈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액션-김선아는 건강하다
김선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는 ‘건강미’다. 불면 날아갈 듯한 빼빼 마른 여배우들 사이에서 큰 키와 육감적인 몸매가 두드러진 김선아는 분명 건강한 미인이었다.
스크린 데뷔작인 <예스터데이>에서 여전사로 출연한 김선아는 <잠복근무>에선 여형사로 분했다. 여성 제작자와 여성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해 만든 여성을 위한 영화 <걸스카우트>에서도 김선아는 단장으로 발탁됐다. 이달 말 개봉을 앞둔 영화 <투혼>에서조차 그는 퇴물로 전락한 야구선수 출신 남편을 이끄는 열혈주부로 출연한다. 김선아만큼 ‘몸 쓰는’ 연기를 많이 한 여배우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김선아의 이러한 이미지는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강화됐다. 화려한 액션보다 강한 의지와 기개를 가진 여성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출연한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시티홀> 등에서도 평범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쾌감을 안겼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의 얼굴에 사표를 던지는 <여인의 향기>의 연재 역시 김선아가 가진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요일의 아이-시련의 시작
호사다마라 했던가.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승승장구하던 김선아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영화 <목요일의 아이>는 김선아의 연기 인생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향후 김윤진이 출연한 <세븐 데이즈>의 전신이 바로 <목요일의 아이>다.
제작사는 <목요일의 아이>의 제작 중단이 김선아가 주연배우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영화 촬영이 늦어진 것은 제작사의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며 김선아의 손을 들어줬다.
그 사이 2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성공 이후 가장 찬란해야 마땅한 순간에 먹구름이 낀 셈이다. 3년 만에 컴백한 김선아는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선아는 “소송까지 가게 된 과정이 힘들었던 거지 소송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얘기할 곳도 없었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다치게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카메오-찰나의 진가
2년의 공백을 보내는 동안 김선아는 딱 한 번 영화 속에 얼굴을 내비쳤다. 탁재훈 염정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 지나가는 행인으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김선아가 탁재훈의 카메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성사된 장면이었다. 팬들과 언론 모두 그의 연기에 목말라하고 있던 터라 이 사실은 큰 화제를 모으며 영화 홍보에 도움을 줬다.
김선아는 충무로에서 출연 분량 대비 가장 효율이 높은 카메오로 통한다. 그중 계백의 아내로 출연했던 <황산벌>은 단연 압권이었다. 전장으로 나가기 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며 처자식의 목을 직접 베러 온 계백(박중훈 분)에게 김선아는 “호랑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인간은 이름 땜시 디지는 거여”라는 강렬한 한마디를 남기고 장렬히 최후를 맡는다. 당시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는 후문. 향후 이준익 감독은 영화 <님은 먼 곳에>를 만들며 “수애가 연기하는 순이는 <황산벌>의 계백 처를 확장한 인물이다”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김선아는 이외에도 <달콤한 거짓말>에서 주인공 남성의 첫사랑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에서 김상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이후 김선아가 김상진 감독이 연출하는 <투혼>에 출연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이어트-김삼순이 안겨준 꼬리표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선아에게 인기 외에도 과체중을 안겼다. 포털사이트에서 ‘김선아’를 검색하면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작품을 위해 급격히 찌운 후 두 달 가까이 유지한 몸무게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차기작에 출연할 때도 그의 통통한 몸매가 도마에 오르며 ‘김삼순 같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높은 인기와 명성만큼 김삼순의 그림자가 짙고 길었다.
<여인의 향기> 제작발표회 이후에는 그의 날씬한 몸매가 또 다시 화제를 모았다. 무려 14㎏를 감량한 것으로 알려진 김선아는 다이어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노이로제’라는 단어를 쓰며 그동안 억눌렀던 심경을 토로했다.
김선아는 “지난 6~7년 동안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살아 솔직히 노이로제에 걸렸다. <여인의 향기>를 준비하면서 하루 한 끼만 먹고, 잠을 2시간만 자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정말 따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다이어트가 아닌 드라마 내용과 연기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부담스러웠던 꼬리표를 떼 내고 싶은 여배우의 간절함이 담긴 한마디였다.
#여인의 향기-김선아의 향기 물씬
6년. 김선아가 김삼순으로 멀어지는데 걸린 시간이다. ‘김삼순’으로 유명세를 탄 2005년 이후 김선아는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시티홀>을 비롯해 영화 <걸스카우트>에 출연했지만 김선아가 연기한 캐릭터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여인의 향기>를 만나면서 김선아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억척스럽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김삼순이 아니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오히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이연재로 다시 태어났다. “삼순이와 삼식이를 결혼시켜 달라”고 주문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이연재를 살려 달라”고 제작진에 외친다.
김선아는 <시티홀>의 제작발표회에서 “삼순이에 대한 부담은 이제 떨쳤다. 좋든 나쁘든 내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갇혀 있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선아의 생각과는 달리 대중은 김삼순을 쉽게 놓지 않았다.
2년이 지난 후 <여인의 향기> 제작발표회에 다시 선 김선아는 “삼순이 역할이 당차고 털털했다면 이연재는 거꾸로 소심하고 작은 여자에서 스스로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지금까지의 연기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개를 갸웃하던 대중들은 <여인의 향기>가 방송된 이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샴쌍둥이와도 같던 김선아와 김삼순이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여인의 향기>는 아시아 8개국에 수출됐다. 첫 방송 이후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자 필리핀, 홍콩, 대만, 싱가포르,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일찌감치 방영권을 사갔다. ‘내수용’ 김삼순을 넘어 ‘수출용’ 이연재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미친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
1. 피아니스트-김선아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에 대단한 소질을 보였다. 여러 대회에서 손쉽게 1위를 거머쥔 그는 자만에 빠져 연습을 등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대 교수에게 테스트를 받은 후 결국 저널리즘에서 피아노로 전공을 옮겼다. 피아니스트는 연기 이전 그가 꼭 이루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1호였다.
2. 백마 탄 왕자님-‘백마 탄 왕자님’은 뭇 여성들의 로망이다. 김선아도 예외는 아니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는 꿈을 버릴 수 없다”던 김선아는 “내가 이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납득시킬 이유를 말한다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3. 5분의 잠-김선아는 영화 <투혼>의 제작발표회에 지각한 후 “<여인의 향기>를 촬영하느라 6일 밤을 샜더니 실신해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최근 한예슬의 촬영 거부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김선아의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최근 그는 자신의 미투데이에 “다리 뻗고 단 5분이라도 누워봤으면”이라고 올렸다.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그의 버킷 리스트라 할 수 있다.
4. 죽음과도 바꿀 사랑-<여인의 향기>가 버킷 리스트를 소재로 다룬 만큼 김선아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김선아는 주저 없이 “죽도록 사랑을 한다든지, 미친 사랑을 한다든지. 그런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그의 나이 37세. 죽음과도 바꿀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5. 레드카펫 위 프러포즈-여자라면 누구나 프러포즈를 받는 짜릿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김선아는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여우주연상을 받는 날,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 배우로서 여자로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고 평소 가슴에 품고 있던 프러포즈에 대해 밝혔다.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선아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날, 팬들은 김선아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