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씽어즈’ ‘아기싱어’ 가창력보다 진심,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 ‘차별화’
#평균 나이 57세 vs 5~6세
JTBC ‘뜨거운 씽어즈’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7세다. 최연장자인 85세 김영옥과 81세 나문희를 비롯해 김광규, 장현성, 권인하, 서이숙, 윤유선 등이 참여했다. MC이자 막내 급인 전현무의 나이 역시 어느덧 45세다. 참가자들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990살이다.
이들은 합창을 위해 뭉쳤다. “오늘이 남은 날 중 제일 젊은 날”이라고 외치는 시니어들의 뜨거운 합창단 도전기를 그린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가수인 권인하와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던 박준면 등을 제외하면 전문적인 음악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괜찮다. 이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진실되게’ 부르는 것이 우선이다.
각 출연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소개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리를 가졌다. 김영옥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선택했다. 그는 “내세에서도 바람이 되어 열심히 사는 건 부산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바람이 되면 좋겠다”면서 “사람이 다 그렇다. 우여곡절이 있고 별의별 일이 많으니깐”이라고 먼저 떠난 이들을 떠올렸다. 85년이란 삶의 무게를 짊어진 노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듣는 이들의 폐부를 찔렀다. 그 끝에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그 누구의 노래보다 절창이었다.
이는 나문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난생 처음 무대 위에서 노래를 선보인다. 너무 행복하다”며 “노래는 내 분야가 아니니 항상 행복해 보인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면서 ‘나의 옛날 이야기’를 불렀다. 부르는 나문희도 행복했고, 듣는 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노래 부르는 영상은 수십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회자됐다. 그들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KBS 2TV ‘아기싱어’의 경우 올해 100주년을 맞는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국민동요 만들기’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4~7세 어린이 14명의 평균 나이는 5~6세. 그들의 동심을 가득 담은 동요를 만들기 위해 정재형, 이석훈, 이무진 등 음악성이 뛰어난 연예인들이 가세했다. 지난해 발표한 ‘신호등’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스타덤에 오른 이무진은 “소설 ‘어린 왕자’와 같이 나이가 들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동요를 선물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짚었다.
두 프로그램은 가창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뜨거운 씽어즈’는 합창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각자의 파트를 맡으며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큰 줄기다. 연출자인 신영광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어르신들이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래를 해도 인생이 묻어나오지 않나. 다들 거기서 감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과 경연이 난무하는 방송계에서 합창 프로그램을 해보면 어떨까 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인생도 합쳐지면 유쾌한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싱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노래 잘하는 어린이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목적이다. 연출을 맡은 박지은 PD는 “‘아기싱어’가 오디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경쟁을 지양한다. 탈락시키는 게 아니”라면서 “동요만 들은 어린이도 있고, 동요에 흥미 없는 친구도 있다. 동요가 필요한 어린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이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왜 노래일까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가장 흔한 프로그램이 음악 예능이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추리 음악 예능 역시 즐비하다. 현재도 MBC ‘복면가왕’,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방송 중이고, 정규 편성된 SBS ‘판타스틱 패밀리-DNA 싱어’와 JTBC ‘히든싱어’ 새 시즌도 준비 중이다. 추억의 가수들을 소환하는 JTBC ‘슈가맨’과 KBS조이 ‘이십세기 히트쏭’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소재로 내세우는 이유는, 노래가 가진 보편성 때문이다. 세상을 살며 누구나 노래에 빚을 진 적이 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혹은 가장 슬픈 순간 음악으로 위로받거나 즐거움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 즐겨듣던 노래들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더없이 아련해진다. 무드셀라 증후군.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뜻한다. 노래는 이런 부분을 자극해 더욱 많은 이들을 TV 앞에 앉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같은 노래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 달리 들린다. 예를 들어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고 김광석을 통해 재해석됐고, 최근에는 임영웅 버전으로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임영웅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5000만 회가 넘는다.
‘뜨거운 씽어즈’와 ‘아기싱어’는 ‘어떻게 부르냐’에 방점을 찍는다. ‘뜨거운 씽어즈’는 합창을 통한 협업을 중시하고 그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다. ‘아기싱어’ 역시 가창력을 견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두 프로그램은 음악 예능의 또 다른 도전을 보여준다”면서 “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노래가 가진 본질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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