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유흥업소 불법 성매매 확산, ‘2차’ 위주 떴다방·보도방 활개…유흥업계 영업 정상화 ‘갈 길 멀다’
유흥업소는 룸살롱이 가장 대표적인데 대개는 접객원이 있는 술집 내지는 접대여성을 불러주는 술집으로 통용된다. 윤락업소는 과거 집창촌부터 각종 불법 성매매 업소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한국에서 성매매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윤락업소는 모두 불법 업소다. 문제는 ‘2차’라는 개념을 매개로 조금씩 뒤섞이기 시작한 두 업소의 경계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구분조차 어려울 만큼 혼재돼 버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유흥업소는 합법으로 3가지로 분류된다. 1종 유흥업소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노래연습장이 대표적이다. 주류 판매 및 접객원 고용은 불법이다. 2종은 주류 판매는 가능하지만 접객원 고용은 불법인 유흥업소로 단란주점이 대표적이다. 3종은 주류 판매와 접객원 고용이 가능한 업소로 룸살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소위 2차라 불리는 성매매가 가미된 유흥업소다. 접객원을 고용해 손님들의 술자리에 동석하는 것까지는 합법이지만 성매매까지 이뤄지면 당연히 불법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흥업소와 윤락업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전세계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유흥업계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당국 정책에 따라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져 영업이 불가능했던 시기가 오랜 기간 이어졌고 집합금지명령이 해제된 뒤에도 밤 9시 정도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다. 늦은 밤과 새벽 시간이 영업 피크 시간대인 유흥업계 입장에선 영업시간 제한은 집합금지명령과 마찬가지인 최악의 조치였다.
서울 강남 유흥가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유흥업소와 윤락업소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얘기하고 있다.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강남에는 2차 없이 운영됐던 룸살롱도 많았다”며 “지금은 술자리는 지나가는 과정일 뿐 2차가 목적인 업소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도 북창동식 룸살롱이라 불리는 2차 위주의 룸살롱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그런 업소들이 주류”라고 한탄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언급되는 데에는 불법 영업이 자리 잡고 있다. 합법적인 유흥업소도 수개월 동안 돈을 못 벌자 간판 불을 끄고 가게 문을 닫고 몰래 영업을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집합금지명령이 해제돼 영업이 재개됐지만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밤 9시 이후 몰래 불법 영업을 이어간 업소들이 많았다. 2차가 없는 합법적인 1종 유흥업소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는 수 없이 불법 업소가 된 상황, 몰릴 대로 몰린 그들이 또 다른 불법인 2차를 마다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이 어려운 코시국에 굳이 유흥업계로 들어온 또 다른 세력들이라고 한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고 단속 당하면 뜨는 '떴다방' 형식의 불법 유흥업소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중요한 또 다른 세력은 소위 말하는 보도방이다.
코시국에서 보도방 주도 불법 유흥업소가 기승을 부렸다. 보도방은 룸살롱 등의 유흥업소에 접대여성을 공급해주는 업체인데 방역당국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자 직접 영업 방식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호프집으로 시작해 일반 음식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예약 손님에게 호프집이나 횟집 등으로 접대여성을 보내 함께 술자리를 갖게 한 뒤 영업이 제한되는 밤 9시 무렵 2차를 가는 방식이다. 사실상 윤락업이다.
역시 룸살롱이 문을 닫아 할 일이 없어진 유흥업소 영업상무 등과 손을 잡은 보도방은 이들이 단골 위주로 손님을 모아오면 접대여성을 보내는 방식으로 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폐업하는 룸살롱이나 노래방 등을 인수해 직접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보도방도 등장했다. 2차비용을 접대여성과 나누는 방식보다 직접 유흥업소를 운영하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업소는 당연히 2차가 기본이다. 다시 말해 불법 유흥업소, 엄밀히 말해 윤락업소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경찰 단속 뉴스에 등장하는 불법 영업 룸살롱의 상당수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도가 붙었을 뿐이라는 설명도 있다. 강남 유흥업계 일대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한 룸살롱 업주는 “한때는 텐프로가 전성시대를 이루던 시절도 있었다. 2차는커녕 신체 접촉도 거의 불가능한 유흥업소인데 코시국 이전에 이미 텐프로는 강남 일대에서 거의 사라져 몇 개 안 남았었다”라며 “텐프로 전성시대의 기반은 벤처 열풍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큰돈을 번 사람들이 생겨야 그들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룸살롱도 뜨는 법인데 그런 경제 흐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더 저렴하고 더 질펀하게 놀고 싶어 하는 수요만 늘다 보니 유흥업계도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곧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일상 회복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이 이어지고 정상 영업이 어려웠던 유흥업계에 봄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더 암울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합법적인 유흥업소가 대거 사라지고 윤락업소에 가까운 불법 유흥업소가 폭증해 경찰 단속이 코시국 때 만큼이나 강력하게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년째 이어진 검찰과 경찰의 대립 국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이도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유흥업계와 현지 경찰의 오묘한 밀착관계가 경찰 비리 사건으로 비화되곤 했기 때문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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