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예방 위해 고연령층 추가 접종 결정…향후 독감 백신처럼 매년 가을 접종할 듯
다만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주는 데에 백신이 상당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여 감염돼도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가기 위해 백신을 접종한다. 문제는 언제까지 접종을 해야 하느냐다. 이미 국내에서도 4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일부 대상자로 한정돼 있다. 그렇지만 2차 접종까지만 하면 완전 접종이라더니 다시 부스터샷도 맞아야 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일반인도 곧 4차 접종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반인 입장에선 코로나19도 무섭지만 백신 부작용도 두렵다.
2월 14일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자 가운데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이 시작됐다. 기저질환이나 면역 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18세 이상 성인 중 3차 접종을 완료한 130만여 명이 그 대상이다. 18세 이상의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가운데 3차 접종을 마친 50만여 명도 4차 접종 대상자인데 이들은 3차 접종 4개월(120일) 이후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단, 정부는 일반 국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진과 60세 이상 고령자 등도 4차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3월 28일 0시 기준 4차 접종자는 누적 25만 1983명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3차 접종을 하고 5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중화항체 감소에 따른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미 한국은 2차 접종과 3차 접종 사이 공백기인 지난해 연말에 한 차례 고위험군 환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 병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2차 접종으로 형성된 중화항체가 예상보다 빨리 감소하면서 감염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시 중화항체 감소가 이뤄질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월 28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일반인 4차 접종의 이득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3차 접종만으로도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는 거의 90% 정도 유지하고 있다. 감염 예방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고 있지만 전파 차단보다 중증 예방은 달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 4차 접종은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대응 목적은 전파 차단이 아닌 중증 예방이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4차 접종은 일반인에게 그리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서 얻는 감염 예방 효과는 네 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3차 접종을 하고 네 달 정도가 지나면 중화항체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결국 감염 예방 효과를 적절히 유지하려면 이런 백신의 한계에 따라 1~3차처럼 4개월 주기로 계속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런 계산법대로라면 코로나19 백신을 4개월 주기로 1년에 3번씩 ‘N차 접종’을 해야 한다.
반면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T면역세포는 서너 달이 아닌 수년 동안 유지된다. T면역세포는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역할을 해 감염될지라도 위중증이 되는 걸 예방해준다. 따라서 중증 예방이 목적이라면 3차 접종이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질병관리청도 같은 입장이다. 이런 관점에선 코로나19 백신은 ‘N차 접종’이 아닌 ‘2차 접종’으로 완전접종이 이뤄지는데, 충분한 T면역세포를 만들고 감염 예방 효과 기간을 늘리기 위해 완전 접종이 이뤄진 뒤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게 된다. 세 번째 접종한 백신을 두고 ‘3차 접종’과 ‘부스터샷’이라는 두 가지 이름이 존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4차 접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증가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50세 이상 성인에 대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승인한 것. 이번 승인으로 3차 접종 이후 4개월이 지난 50세 이상 미국인은 4차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당분간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을 권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FDA 백신 담당자인 피터 막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도 “4차 접종이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돌연 FDA가 50세 이상 성인에 대한 4차 백신을 승인했고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소집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애초 4차 접종 허가를 요청한 대상이 65세 이상 성인이었는데 오히려 FDA가 대상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FDA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인 고위험군을 50세 이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던 피터 막스 FDA 생물 의약품 평가연구센터 소장이 이번에는 “이스라엘 연구 사례에 따르면 3차까지 접종한 고령층에서 심각한 증상에 대한 보호가 약해지는 상황을 추가 접종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심근염 등 부작용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4차 접종을 시행했다. 이스라엘의 연구 사례에 따르면 4차 접종을 마친 60세 이상 연령층의 오미크론에 의한 사망률이 3차 접종자보다 78% 낮게 나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번 미국의 50세 이상 성인에 대한 4차 접종은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에서는 뚜렷한 확진자 급증 추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A.2 감염자 비중이 54.9%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역시 스텔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다는 뜻이다. 이로 인한 감염 재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50세 이상 성인에 대한 4차 접종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선 4차 접종은 중화항체 증가로 인한 감염 예방 목적이 강조된다. 다시 말해 N차 접종의 개념이다.
4차 접종이 고령층의 사망과 입원, 다시 말해 위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연구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사망률이 78%나 낮아진다고 한다. 미국 FDA가 4차 접종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중증 예방을 위한 T면역세포 증가를 접종 목적으로 설정했다면, 다시 말해 ‘2차 부스터샷’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파 차단이 아닌 중증 예방을 위한 ‘2차 부스터샷’ 차원에서 4차 접종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일반인 4차 접종의 이득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국내 방역 당국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FDA의 50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승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여론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 역시 4차 접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현재 방역당국은 이스라엘 연구 사례와 4차 접종을 시작한 미국의 연구 사례 등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60세 이상 연령층의 확진자 및 위중증 발생 추이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3차 접종만으로 고연령층의 중증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못해 4차 접종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들 경우 미국처럼 고연령층의 4차 접종이 2차 부스터샷 차원에서 시작될 수 있다.
다만 50대 이하 연령층이 수개월 이내에 4차 접종을 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FDA도 50세 이상 일반인을 4차 접종 대상으로 결정했을 뿐 그 이하 연령대의 4차 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연구 사례에서도 젊은 성인들의 4차 접종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 언론들은 FDA가 4차 접종 대상 연령을 더 낮출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끝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처럼 매년 가을에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겨울에 급증하기 때문에 매년 가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4개월가량 이어지는 겨울 동안 중화항체로 감염 예방 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 봄이 되면 중화항체가 감소하지만 T면역세포는 유지돼 중증 예방 효과는 1년 내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오미크론 이후 등장할 새로운 변이의 특성인데 만약 기존 백신에 대한 회피율이 매우 높은 변이가 등장할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이 상당히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서 꾸준히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어 예상대로 가을 즈음에 4차 접종이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새로운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일 가능성이 크다.
가을이 되기 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돼 어느 정도 유행 규모가 통제되고 위중증률도 낮게 유지된다면 4차 백신은 백신패스까지 도입하며 방역당국이 주도하는 형태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독감 백신처럼 개인의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접종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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