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 KT의 ‘다음’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대표의 의향이 변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진은 10주년을 맞은 다음의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웅 대표. | ||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그룹은 유무선에서 막강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지만 정작 그 안에 담을 콘텐츠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파란닷컴 등 콘텐츠 관련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든 사업들의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SK텔레콤이 라이코스와 싸이월드 등 잇따른 인터넷 기업 인수로 인터넷 포털 3위로 치고 올라가고 메신저 서비스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MSN을 누른 것에 비하면 더더욱 초라하기만하다.
때문에 지금의 KT그룹으로서는 KT그룹의 유무선망을 채울 수 있는, 그래서 지금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최대의 경쟁자인 SK텔레콤이 IHQ, YBM서울음반을 잇따라 인수해 영상, 음반 콘텐츠 확보에 나선 것도 KT를 자극시키고 있다.
KT가 싸이더스 픽쳐스를 인수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그동안 잠잠하던 인수합병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KT의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인수에 대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KT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다음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다음에서도 M&A설을 부인하고 있다.
KT가 다음을 인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며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아직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윗선에서 조심스럽게 얘기가 오갈 뿐이라 두 회사의 내부 직원들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다.
KT는 오랫동안 공기업이었다. 기간통신망만 깔아놓으면 됐고, 사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환경이 바뀌었다. 통신망 서비스도 복수 사업자가 하고 있어, 요즘은 그 유무선 통신망을 채울 콘텐츠가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장정체성 해결을 위해선 KT로써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KT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을 돌파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KT의 입장에서는 다음은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SK텔레콤이 연예매니지먼트사인 IHQ를 인수하자 KT는 최근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 중 하나인 싸이더스픽쳐스를 인수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문제는 포털 부분이다. SK텔레콤은 웹에서도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로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KT는 삼성전자나 MSN 등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지만 011-네이트온-싸이월드로 이어지는 SK텔레콤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다.
게다가 KT는 지난해 KTH의 파란닷컴(paran.com)이 1GB의 메일용량을 주는 등 야심차게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전반적인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때문에 지난달에는 한 증권사가 다음 인수설과 KTH 사장 경질설의 시나리오를 제시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KT 입장에선 다음 카페의 회원들이 매력적이다. NHN이나 엠파스처럼 검색에 강세를 보이는 포털보다는 카페의 회원들이 충성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초고속 인터넷과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무선인터넷 등 유무선 통신과 방송서비스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KT가 지난 4월 콘텐츠 전문가인 이치형 상무를 다음에서 영입해 콘텐츠전략팀을 맡긴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다음의 이재웅 대표의 의향이다. 특유의 ‘뚝심’과 ‘고집’이 있는 이 대표가 KT라는 큰 업체 밑으로 들어갈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을 세워 10년간 키워온 이 대표가 아직까지 공기업적 성격이 남아 있는 KT와 잘 융합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다음이 최근 들어 네이버에 광고매출이나 방문자 수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다음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질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KT가 올해 초 1천억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한 것과 지난 5월에 콘텐츠협의회를 가동해 유망업체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다음 인수설을 높게 점치는 요인이다. KT 관계자는 “다음 인수설은 소문 수준이지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다음뿐만 모든 콘텐츠 관련업체에 대해 제휴나 인수 등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KT와 다음 양측 모두 M&A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의 주가는 이미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 5월13일 1만5천원대의 하한가 이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