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 주수익원 자리잡아…펀드 출시 불구 최소 참여 금액 높고 지인 영업 대부분
프리 IPO는 기업이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기 3~5년 전에 진행하는 투자 단계다. 기관투자자들이 프리 IPO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통상적으로는 상환전환우선주나 주식연계형 채권을 매입하는 메자닌 상품에 집중된다. 메자닌 상품은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모두 갖춘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앞의 두 상품 외에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이 메자닌 상품에 속한다.
프리 IPO 투자가 기관투자자들에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의 경우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당 돌아가는 주식 배정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수익률이 높아도 수익이 적다. 프리 IPO 단계에서는 공모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업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벤처투자처럼 원금 회수를 못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상장한다는 조건만 전제된다면 다른 투자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공모주와 벤처 투자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프리 IPO 투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상장한 비씨엔씨는 지난해 말 프리 IPO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주당 가격은 7750원, 전체 밸류는 74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비씨엔씨 공모가는 1만 3000원으로 확정됐고 지난 3월 3일 상장했다. 프리 IPO 투자를 진행한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대부분은 1개월 동안 매각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30일 기준 비씨엔씨의 종가는 1만 9950원. 보호예수기간이 해제되자마자 매각한다고 봤을 때 기관투자자들은 최소 두 배 이상 차익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 IPO 투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다. 프리 IPO 단계에 접어든 기업이 개인에게 투자를 받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프리 IPO를 진행하는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프리 IPO 펀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상품은 최소 투자 금액이 높아 진입 장벽이 있다. 어느 정도 자산을 갖춘 개인 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2019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 금액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상장기업 투자 자체가 고수익·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는 10억~50억 원 수준으로만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지인 영업으로 금액 모집이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즉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정보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소액 투자자들이 프리 IPO 투자에 참여할 방법이 나오고는 있다. 캡박스는 비상장주식 안전거래 플랫폼 ‘엔젤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 IPO 단계에 있는 유망 기업의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전문가와 함께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특히 소액으로도 참여가 가능해 투자자들의 프리 IPO 투자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을 것으로 캡박스는 기대했다.
그러나 캡박스는 1월 6일 서비스 운영 정책을 변경했다. 캡박스는 “비상장사는 상장사와 달리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고 투자자들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월부터 조합원이 미리 선정되고 합의된 클럽딜(조합)만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서비스는 제도 개선을 통해 투자자 보호방안이 강화되면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을 향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은 높지만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공모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고, 공모주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프리 IPO 투자만의 장점이 부각될 좋은 기회”라며 “그러나 프리 IPO 투자는 기관투자자들만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소액 투자자들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적 제도적 보완과 다양한 펀드 상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대신 투자자들은 어느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 예정인지, 투자한 기업의 상장 목표일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검증된 자산운용사를 선택하고 신중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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