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8억 노리고 연인 관계 공범과 짜고 남편 살인…검찰 조사 받고 바로 도주 3개월째 행방 묘연
사건은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의 용소계곡에서 발생했다. 당시 39세의 대기업 연구원 A 씨는 아내 등 지인들과 함께 용소계곡에 놀러 왔다. 어두워진 저녁 8시 30분경 A 씨가 4m 높이의 절벽에서 뛰어내렸는데 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목처럼 마지막 다이빙이 되고 말았다. 당시 사건 관할서인 경기 가평경찰서는 A 씨의 사망을 여름철 흔히 발생하는 수난사고에 의한 익사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수난사고로 종결했지만 보험사 생각은 달랐다. A 씨의 아내 이은해 씨는 사건 발생 5개월 뒤인 11월 무렵 보험사에 남편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남편 명의의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수령하기 위해서였는데 경찰과 달리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범행이 의심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렇게 이은해 씨와 보험사의 분쟁이 시작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은해 씨였다. 2020년 3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험사와의 분쟁에 관한 제보를 받는다고 공지하자 이 씨가 제보를 해왔다. 이 씨는 경찰이 익사로 내사 종결한 사건을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기 싫어 온갖 트집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온갖 트집’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2020년 10월에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이 사건에는 다양한 의문이 따랐다. 기본적으로 유가족은 A 씨가 전혀 수영을 하지 못하는데 왜 어두운 시간대에 4m 높이의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는지를 의아해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목격자들은 A 씨가 다이빙을 거부했는데 아내 이 씨가 거듭해서 자극하며 부추겨 결국 다이빙을 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한 다이빙한 뒤 A 씨가 여러 번 수면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검 결과 사체에서 포말이 발견됐기 때문인데 이는 수난사고에서 사망자가 수면으로 나왔다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할 때 생긴다. 이 씨는 A 씨가 물에 빠진 뒤 구명 튜브를 던지는 등 구조 활동을 했지만 A 씨가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혹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제기됐다. A 씨와 이 씨는 결혼식을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함께 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씨는 공범으로 지명수배된 조현수 씨와 오랜 연인 관계였다. 이 씨가 A 씨와 결혼한 뒤에도 이런 관계가 유지됐고 용소계곡에서 A 씨가 사망할 당시에도 조 씨가 함께 있었다. 심지어 그날 계곡에 함께 있었던 이들은 이 씨와 조 씨가 오랜 연인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씨와 A 씨가 부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 씨의 사망 전 경제 상황도 의아한 부분이다. 15년 이상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터라 급여 수준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던 A 씨는 거액의 채무로 개인 회생을 신청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2018년 12월 31일에는 불법 장기 매매를 하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망에 이른 계곡 여행 하루 전에는 친구에게 3000원을 빌려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파 라면과 생수를 사 먹기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A 씨 유가족은 이 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생명보험 보험금을 제대로 낼 수 있었을까. 그렇진 않았다. 보험료 미납으로 여러 차례 실효 위기에 놓였지만 겨우 미납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계약이 힘겹게 유지되고 있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A 씨가 계곡 다이빙으로 사망한 시점이 보험계약 실효 서너 시간 전이었다는 점이다.
경찰도 그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경기 가평경찰서에서 수난사고로 인한 익사로 내사 종결됐지만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새로운 첩보와 제보가 접수돼 보험사기 및 살인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는 2020년 10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이 나가면서 더욱 속도를 냈다. 해당 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뒤 온라인에서 계속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와 조 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A 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지만 독성이 치사량에 이르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다시 5월에는 경기도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서 A 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시도했는데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돼 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이 씨와 조 씨에게는 살인과 함께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일산서부경찰서는 2020년 12월 이 씨와 조 씨에게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를 적용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송치 받은 고양지청은 피의자들의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고, 지난해 2월부터 인천지검에서 전면 재수사가 진행됐다. 9개월 동안 검찰은 이 씨와 조 씨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본, 현장검증을 세 차례나 했다. 또한 사건 관련자 30명가량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비로소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 13일 이 씨와 조 씨를 검찰로 불러 소환조사를 했다. 바로 다음날 2차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13일 검찰 소환 조사가 끝난 뒤 도주해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3월 30일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창수)는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이은해 씨 와 공범 조현수 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지명수배 소식이 알려지면서 2020년 10월처럼 또 다시 온라인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은해와 조현수라는 실명과 나이 등 신상정보는 이번에 지명수배되며 공개됐지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소위 ‘신상까기’가 이뤄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은해 씨와 다른 남성들의 이야기부터 출산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가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훨씬 전에도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야기다. 2002년 3월 방영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러브하우스’에 초등학교 6학년 당시의 이 씨가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함께 출연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것. 방송인 신동엽과 건축 디자이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찾아 집을 개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던 ‘러브하우스’에 출연했을 당시 이 씨는 개조돼 집을 보며 “나중에 커서 받은 만큼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보조금 45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가정사를 공개했던 이 씨는 20년 만에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지명수배자로 다시 대중들 앞에 얼굴을 공개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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