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아시아나 새 주인 찾기 난항…4년간 깔끔하게 마무리한 곳 없어
쌍용자동차 매각이 좌초되며 문재인 정부 내내 KDB산업은행을 이끈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산업은행이 쌍용차 대주주는 아니지만 주채권은행으로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동걸 회장은 4년간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된 곳은 없다.
2017년 9월 취임 직후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생소한 중국 상용차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로 매각한다.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은 넘기고 산은 등 채권단은 2대주주로 남는 방식이다. 더블스타의 경영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강행했다. 2018년 매각 후 2019~2021년 동안 금호타이어는 내리 적자를 기록한다. 자본은 줄곧 일부잠식이다. 더블스타 인수 당시 6000원을 넘던 주가는 4000원선에 턱걸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넘기기로 했다. 채권단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고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중간지주회사 지분을 대신 받는 구조다. 세계 1, 2위 업체의 독점 우려가 제기됐지만 강행했다. 해외 반독점당국이 반대하면 매각이 불가능한 구조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반대했다.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도 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실패하자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택했다. 해외 반독점당국이 반대하면 거래가 깨지는 구조는 대우조선해양과 같다. 국책은행이 경영권 분쟁 중이던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의 지배구조까지 개입하며 특혜 논란까지 일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로 합병을 승인했지만 상당한 수준의 독점 폐해를 지적했다. 독점적 기업결합의 예외적 인정 조건인 아시아나항공의 ‘회생불가능’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깨진다.
KDB생명도 2020년 말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에 매각했지만,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JC파트너스의 출자능력이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정상화 능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걸 회장 재임 중 산은 관리 기업 가운데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 곳은 최근 중흥건설로 넘어간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매각에 성공한 주체는 산은이 아니라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다. 앞서 2018년 초 산은이 직접 매각을 주관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했지만, 대우건설의 해외부분 잠재 부실이 문제가 돼 계약이 결렬됐다.
2020년 9월 산은 역사상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회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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