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뭉근하게 조리면 더 진하고 선명해지는 풍미. 재료의 핵심만 응축시킨 맛의 용광로. 오래 두고 먹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있는 궁극의 조리법. 한눈팔지 않고 정성껏 조려낸 우리의 조림 밥상을 만난다.
비옥한 금강의 한 줄기가 둘러싼 장수마을. 마을 사람들이 봄맞이 냇가 사냥에 나섰다. 어른 팔뚝만 한 잉어 월척이 연달아 두 마리. 그런데 마을의 유일한 어부 유길종 씨는 잉어보다 더 반가운 손님을 발견했다.
대청댐이 생긴 뒤 개체 수가 줄어들어 보기 힘들었던 마주와 참마자다. 다시 돌아온 토종 민물고기를 반기며 동네 사람들이 차려내는 추억의 밥상. 그 위에는 어떤 맛들이 펼쳐질까.
봄이 찾아오면 냇가에서 천렵을 즐긴다는 장수마을 사람들. 이곳 사람들의 힘의 원천은 바로 민물고기 요리다. 배고픈 시절에 유일한 보양식이었던 얼큰한 생선국수, 그리고 옥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깊은 맛의 조림.
민물 생선 중에서도 성질이 급한 마주는 잡히면 금방 죽어버리는데 신선한 매운탕보다는 뭉근하게 끓여낸 조림이 제격이다. 다시 돌아온 마주와 참마주에 장맛을 내고 무와 양파를 갈아 넣은 다음 메주콩의 구수함까지 더해 4시간 넘게 푹 조리면 완성이다.
이번엔 어머니들이 마을의 전통 손두부 만들기에 나섰다. 어르신들을 더욱 힘 나게 하는 건 동네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다시 돌아온 것은 물고기만이 아니란다.
반가운 물고기와 더불어 귀농한 젊은 가족들 덕분에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데, 감칠맛 넘치는 민물고기 조림에 정성을 담은 밥도둑인 손두부 조림까지 마을의 정이 짙게 담긴 조림 한 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전남 순천의 닭장, 전남 담양의 가지조림, 전남 고창의 명태조림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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