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까지의 경제 실적은 당초 예상했던 것을 훨씬 넘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3월부터 오미크론 변이로 추정되는 코로나19가 중국을 덮쳤다. 중진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0.3~0.7%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봤다. 민생증권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업과 오프라인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하철 여객운송량, 도시별 혼잡지수 등은 5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국의 통제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었다는 의미다. 이는 관광, 소비에 타격을 줬다.
최대 경제도시 선전의 소매상업산업협회 관계자는 “3월 들어 상가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데, 임대료나 인건비 등 비용은 계속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전의 소매상업산업협회는 자영업자들의 손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긴급 조사에 나섰다. 기간은 3월 1일부터 15일까지다. 그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이 1000만 위안(19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부활의 날갯짓을 하던 제조업과 건설업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출하율, 건설자재 거래량 등은 2월까지 늘어나고 있었지만 3월부터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3월 중순 이후 화물운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줄었다. 2월에 비해선 8.8% 줄었다.
민생증권 분석가인 저우쥔즈는 “공장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제철소 가동률 하락 등 코로나19가 산업 생산에 얼마나 많은 손실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둥카이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뤄즈헝은 “코로나19 재확산은 경제 정상화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다. 오프라인 영역이 위축되면서 음식업, 관광, 건설, 화물 물류 등 많은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분기 GDP는 전년 동기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국에서도 신속한 조치에 나섰다. 3월 14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선 코로나19의 고비를 잘 넘어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로 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3월 23일부터 25일부터 각계 전문가들, 경제 종사자들과 함께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코로나19 경제상황 분석, 애로사항 청취 등이 이뤄졌다.
중국공업정보화부도 신국빈 차관 주재로 코로나19 대응 및 중점산업 운영상황 분석 회의를 열었다. 한 회의 참석자는 “2월까진 중국 경제가 양호하게 잘 돌아갔다. 하지만 3월 들어 (코로나19 등) 불안 요인이 많아졌다.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귀띔했다. 중국공업정보화부 회의에선 중소기업 발전 촉진 정책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삼았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3월 28일 ‘2022년 서비스업 소상공인 전세대출 완료 통지’를 발표했다. 군 단위 행정구역 내 주택을 임차한 서비스업 소상공인에 대해 6개월분 임대료를 감면한다는 내용이다.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선 3개월 임대료를 감면하도록 했다. 위원회 측은 “서비스업이 국민경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여기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고용과 시장의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월세 감면 정책 요구를 임대인이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성단위의 각 지역도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감세 정책, 월세 감면, 대출 확대, 방역 관련 지출 보조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선 최근 ‘코로나19 대응 정책 조치’를 발간했는데, 여기엔 금융지원, 고용안정지원, 세금 환급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상하이시 정부는 이 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이 1400억 위안(26조 8000억 원)가량의 세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내 청춘 돌리도~ 코로나19로 울상 짓는 중국 캠퍼스
코로나19는 대학의 봄을 빼앗아갔다. 베이징의 한 대학생은 “2020년 입학했는데 어느새 3학년이 됐다. 코로나가 내 소중한 청춘의 2년을 차지해버렸다”면서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관계, 취업 준비 등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졸업하는 고등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이 넘는, 107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70만 명 늘었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9월 이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행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학은 수업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도서관, 각종 교양 강의, 공연 등 사회로 나가기 위한 모든 걸 익히고 경험하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다양한 활동은 거의 사라졌다. 많은 학생들이 방에 틀어박혀 비대면 수업을 받는 게 전부가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린시에 위치한 대학들은 학생들의 집단 감염이 늘어나자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학생 왕예유는 “휴강은 없다. 교수님은 집에서,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수업을 듣는다. 인터넷 강의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지린시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매일 한 번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대학생활뿐 아니라, 진학과 취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학원에 가려면 2월에 1차 시험에서 합격한 후, 3월 말 2차 면접을 봐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28개 성을 덮치면서 2차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수험생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코로나19 대응팀 소속의 왕덩펑 주임은 “방역이 보장되는 선에서 모든 학생의 면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면접이 힘들 경우 온라인 면접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 주요 도시 대학들은 연이어 온라인 면접시험 도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면검증 강화 및 이중촬영 기술 도입, 각서 체결 등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중난재경정법대 대학원 부원장 왕화는 “대학원 시험은 국가의 인재를 키워내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라면서 “온라인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돌발장애를 잘 처리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대학생들의 취업에서 새로운 숙제를 줬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사정이 악화되자 채용을 줄이거나 인턴십을 포기하는 회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석사과정을 마치는 왕동학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문이 좁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낀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아직 채용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부 왕덩펑 주임은 “코로나19로 졸업 예정자들의 인턴십 실습이 크게 줄었다.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채용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그래서 각종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학생과 기업들 간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게 첫 번째다.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수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