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이탈 대신 가우스먼·유세이 합류로 선발진 강화…‘류’ 스프링캠프서 안정적 모습
찰리 몬토요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토론토 훈련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개막 로테이션을 발표했다. 날씨 등의 이유로 변수가 있겠지만 지금 상태에선 개막전 선발이 호세 베리오스, 그리고 케빈 가우스먼-류현진-알렉 매노아-기쿠치 유세이 순으로 등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9년 이후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뛰었다. 하지만 올시즌 3선발로 시즌을 치르는 류현진으로선 이런 상황이 다소 아쉬울 터. 그러나 그는 오히려 개막전 선발의 부담을 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난해 91승을 거뒀음에도 단 1승 차이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로 인해 토론토는 오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선수 영입으로 전력 극대화를 꾀했고,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게 됐다.
가장 흥미로웠던 계약은 토론토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로비 레이(31)를 잡는 대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에이스였던 케빈 가우스먼(31)과의 계약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케빈 가우스먼은 지난해 11월 29일 토론토와 5년 1억 1000달러에 계약을 맺었고, 로비 레이는 하루 뒤인 11월 30일 시애틀과 5년 1억 1500만 달러의 계약을 발표했다. 둘의 금액 차이는 불과(?) 500만 달러(약 60억 원)였다.
더욱이 토론토는 호세 베리오스와 7년 1억 3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고, 시애틀에서 활약했던 기쿠치 유세이를 3년 3600만 달러에 영입하면서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호세 베리오스-케빈 가우스먼-류현진-알렉 매노아-기쿠치 유세이로 구성된 선발 로테이션은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토론토의 팀 평균자책점 3.79로 메이저리그 전체 6위를 기록했다. 2선발부터 우-좌-우-좌로 구성된 로테이션과 선수 개인별 기대치를 종합하면 로비 레이의 이탈에도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는 4월 9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호세 베리오스는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토론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21시즌 192이닝을 소화해 12승 9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통산 60승 4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은 썩 좋지 않다. 두 차례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24.00이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3월 19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도 1⅓이닝 2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고, 2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선 1⅔이닝 7피안타 6실점을 남기며 충격적인 난타를 당한 바 있다. 하지만 29일 토론토 훈련장에서 진행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선 4⅔이닝 2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67개를 소화하며 호투했다. 무엇보다 강한 타구를 허용하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토론토는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지난 시즌 토론토 이적 후 12경기에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3.58로 팀을 이끌었던 호세 베리오스에게 개막전 선발을 맡겼다. 그는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인 2019, 2020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바 있다.
호세 베리오스는 4월 1일 몬토요 감독의 홈 개막전 시리즈 선발 로테이션 발표에 맞춰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개막전 선발을 앞둔 소감으로 “개학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라고 표현하며 기대를 드러냈다. 준비된 모습을 통해 개막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앞서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 후 자신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꼽히는 것과 관련해 “경쟁심이 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첫 경기에 선발로 나가고 싶어 한다”면서 “내가 나간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2선발인 케빈 가우스먼은 4월 1일 현재 단 한 차례도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대신 두 차례 모두 자체 연습 경기에 투입돼 구위 점검을 거쳤다. 가우스먼은 3월 25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첫 선발 등판이 예정됐다가 우천으로 취소되자 26일 자체 청백전으로 등판 일정을 소화했다. 첫 번째 자체 청백전에선 4이닝 3피안타 4탈삼진에 투구수는 56개였고, 31일 류현진과 동시 등판한 청백전에선 5이닝 74구를 소화했다. 연습 경기 등판이었지만 가우스먼은 투구수를 꾸준히 올리고 있고 마운드 운영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어 몬토요 감독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2, 3일 정도 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은 한 차례의 시범 경기와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선 1회 피안타 허용률이 높은 것을 제외하곤 계획대로 차근차근 빌드업을 이루는 중이다. 자체 청백전에서 던진 투구수가 61개. 스프링캠프 마지막 등판에선 75~80개의 투구수로 끌어 올린 다음 토론토로 이동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어느 해보다 스프링캠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의 피홈런이나 연습경기에서의 피안타에 신경 쓰기 보단 투구수를 늘리고 빼어난 제구를 선보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 남은 기간 동안 투구수를 더 늘리고 팔을 강화시키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던 류현진은 3주가량의 짧은 스프링캠프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4선발로 내정된 알렉 마노아(24)는 현재 토론토 선발 투수들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마노아는 세 차례의 시범 경기 등판에서 9⅓이닝 1실점 8탈삼진 평균자책점 0.96의 성적으로 호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3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한 마노아는 4이닝 1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으로 팀 승리와 함께 시범경기 첫 승을 거뒀다. 이전 두 경기에서 2이닝, 3.1이닝을 투구한 데 이어 이날은 4이닝을 투구했고 최고 구속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 3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빅리그 무대 데뷔 후 9승 2패 ERA 3.22의 성적을 거둔 마노아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기대감을 끌어 올렸고, 4선발로 내정됐지만 만약 이런 호투가 계속된다면 류현진과 3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시즌 토론토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쿠치 유세이(31)의 시범경기 첫 등판은 23일 뉴욕 양키스전이었다. 당시 기쿠치는 2이닝 동안 35구를 던지며 피안타 없이 삼진 4개, 볼넷 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2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선 2⅔이닝 6피안타 3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극과 극의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기쿠치는 지난 시즌 호투를 펼쳤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오프시즌 동안 애리조나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 건 사실이다.
기쿠치는 3년 3600만 달러에 토론토와 계약하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메이저리그 3년 차였던 지난해 7승 9패, 평균 자책점 4.41을 기록 했다.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인상적인 전반기를 보냈지만 후반기엔 제 몫을 해내지 못해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 싸움에선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을 정도였다.
일본 매체인 닛칸 겐타이는 기쿠치의 유리 멘탈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의 원인을 나약함이라고 못 박은 이 매체는 좌완 투수가 95마일을 던지는 건 매력적이지만 156km를 효과적으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송재우 메이저리 해설위원은 토론토의 5선발진에 대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불안 요소도 함께 안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호세 베리오스가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아직까진 ‘에이스’다운 무게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재우 위원은 토론토 선발 투수들 중 케빈 가우스먼이 가장 에이스에 가까운 투수라고 꼽으면서 호세 베리오스와 기쿠치 유세이가 한 번 무너지면 대량 실점을 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떨까.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토론토와 남은 2년 계약 동안 3선발 역할만 잘 소화해도 팀에선 크게 만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오는 4월 11일 토론토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올해 텍사스는 스타플레이어인 내야수 마커스 시미언과 코리 시거를 데려오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류현진은 코리 시거와는 LA 다저스에서, 마커스 시미언과는 토론토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과연 호세 베리오스, 케빈 가우스먼, 그리고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토론토 선발진은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지는 홈 개막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2022시즌 개막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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