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의 모친인 조 아무개 씨는 2019년 2월 사망했고,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은 2020년 11월 사망했다. 정 부회장의 동생들은 장례를 마친 후 장례식 방명록을 보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동생들을 찾은 것으로 판단한 조문객 명단 일부만 동생들에게 전달했다.
동생들은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두 차례 방명록 사본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부회장 측은 “방명록에 명단은 단순한 정보에 불과한 것으로 원·피고의 공유물로 볼 수 없다. 문상객은 자신이 의도한 특정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수집·이용을 허락한다는 의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우리나라 장례식 관습과 예절, 방명록 등의 성격 및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를 보관·관리하는 자는 망인의 다른 자녀들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는 각 상주·상제별로 방명록이 따로 비치되지 않고, 문상객들도 상주·상제와 상관없이 망인 본인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문상하는 경우도 많은 점 등을 들어 정 부회장의 동생들이 방명록을 열람한다고 문상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