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병원 부지 및 전면공원 개발 추진…쇼핑·문화 시설 중복, 부정적 여론 등 악재 산적
#HDC그룹의 용산 개발…사업 중복 우려
현산은 지난 4월 1일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 신축공사 수주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2944억 22만 원, 예정 공사 기간은 4년 4개월이다. 시행사는 현산의 자회사인 HDC아이파크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로 사실상 현산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모두 맡고 있다.
해당 사업은 1만 948㎡(약 3300평) 규모의 옛 용산 철도병원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산은 2019년 8월 한국철도공사와 용산 철도병원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 협약을 맺었다. 현산은 용산 철도병원 본관을 용산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이외의 공간에는 지하 6층~지상 최고 34층, 685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산은 지난 3월 개발사업의 일환이었던 용산역사박물관 리모델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용산역사박물관은 기부채납됐고, 현산은 나머지 부지에 대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용산구 내에서 HDC그룹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HDC그룹이 용산역에서 아이파크몰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산 스스로도 “용산역사박물관과 함께 조성되는 주거복합단지와 문화공간이 코어가 되고, 아이파크몰의 쇼핑 및 스포츠 콘텐츠를 활용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확장하며 용산 전면공원 개발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도시를 위한 기반을 견고히 하겠다”며 “글로벌 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용산이 그 구심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산이 그랜드 비전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인근 상권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파크몰과 용산 철도병원 부지는 국방부 청사와 같은 용산구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아 시위로 인한 소음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공교롭게도 국방부 청사도 현산이 시공한 건물이다.
하지만 현산의 용산 개발 계획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아이파크몰과 용산 철도병원 부지의 거리는 5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용산 철도병원 부지에 쇼핑·문화 공간을 조성하면 아이파크몰과 상권이 겹친다. 아이파크몰에는 현재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디지털전문점, 영화관, 풋살경기장 등 각종 쇼핑·문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산은 전면공원 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산과 용산구는 2018년 12월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 개발사업’ 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용산역 앞에 있는 1만 2730㎡(약 3850평) 규모의 공원 조성 예정부지 지하공간을 BTO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BTO란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한 후 정부 등에 소유권을 양도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방식을 뜻한다.
현산은 전면공원 지상에는 공원을 만들고, 지하 1~2층에는 지하광장, 지하연결보도, 상업시설 등을 조성해 문화와 쇼핑의 중심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쇼핑·문화 사업은 아이파크몰,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과 내용이 겹친다.
명품 브랜드를 입주시켜 차별화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가 브랜드라면 모를까 아이파크몰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가 굳이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에 또 입점할 가능성은 낮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이 아닌 일반 쇼핑몰에 입점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업정지 처분, 부정적 여론…연이은 악재
서울시는 지난 3월 30일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했다”며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원인을 제공하고, 과도한 살수로 인한 성토층 하중 증가방지등을 위해 현장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이은 사고로 악화된 현산에 대한 여론도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현산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산이 노원구 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험악했던 분위기가 가라앉고는 있다. 그러나 수원시의회가 지난 3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수원시립미술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의결하는 등 현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수원시의회는 공립 미술관이 특정 기업의 홍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의결했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현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구도 현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구는 그간 현산의 용산 개발 계획을 지지해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난 3월 용산역사박물관이 개관할 당시 “용산역사박물관은 앞으로 용산이 세계적인 역사문화 도시로 도약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산이 용산 철도병원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용산구가 해당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 전면공원 개발사업의 경우 토지 소유주가 용산구이므로 여론이 악화하면 경우,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시공사를 교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산구 내부에서는 시공사를 교체하면 현산이 추후 용산구 개발 사업에 소극적으로 행동할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구 관계자도 “시공사 변경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현산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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