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조 단위, 상장일 유통물량 적어 기대감…공모가 고평가, 모기업·자회사 중복 상장 우려도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의 인기가 식고 있다. 호황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분위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은 24곳이었다. 이 중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장을 시작한 기업은 14개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상장한 21개 기업 중에서는 8개 기업만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가격에 형성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밀려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형 공모주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보로노이 역시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을 철회했던 대명에너지는 현재 구주 매출 비중을 줄이고, 공모가도 낮은 가격에 책정해 다시 한번 수요예측에 도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대형 IPO 출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31일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평가받는다.
원스토어는 모바일 앱마켓 사업자로서 모바일 앱 유통을 주 사업으로 삼고 있다. 원스토어가 참전 중인 시장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가 과점 중이다. 다만 타 앱마켓보다 낮은 수수료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앱 마켓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102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1년 2005억 원까지 올라갔다.
SK쉴더스는 국내 1, 2위 수준의 사이버보안, 물리보안 서비스를 필두로 융합보안, 세이프티 앤 케어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서비스는 물리보안 영역이다. 2021년 기준 59.2%다. 다만 물리보안 영역은 성장에 한계가 있어 SK쉴더스도 해마다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그리고 융합보안과 세이프티 앤 케어 서비스의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두 영역 역시 2019~2021년 해마다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SK쉴더스의 매출은 2021년 1조 549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합병 전이었던 2019, 2020년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와 SK쉴더스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두 기업은 모두 시가총액이 조 단위인 데다가 상장일 유통물량이 적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원스토어의 상장일 유통물량은 22.79%고, SK쉴더스는 24%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일 유통물량이 30% 이하였던 기업은 10곳으로 이 중 6개 기업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가격에 형성됐다. 상장일 유통금액만 6조 원에 달했던 LG에너지솔루션도 유통물량이 8.85%로 낮아 공모가인 30만 원의 2배 가까운 가격인 59만 8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그만큼 상장일 유통물량은 시초가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할 경우 의무보유확약 비율에 따라 상장일 유통물량은 더 낮아져 상장 첫날 좋은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두 기업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원스토어의 경우 공모가 산정 시 비교 기업이 부족했다. 국내에서는 앱 마켓 상장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원스토어는 비교 기업으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애플, 카카오를 선정했다. 게다가 공모가 산정 방식으로 PSR(주가매출비율)을 활용했다. 이는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데 이용된다. 그런데 비교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수십조에서 수천조 원에 달한다. 매출도 조 단위다. 공모가 산정 방식과 비교 기업 선정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원스토어는 39.1~26.0%라는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 밴드를 3만 4300~4만 1700원으로 낮췄다. 공모가 최상단에 가격이 책정된다면 시가총액은 1조 1110억 원 수준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프리 IPO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인 약 9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현재 증권가에서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를 약 2조 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기에 이보다 낮은 수치다.
SK쉴더스도 비교 기업이 모호해 공모가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SK쉴더스는 비교기업으로 ADT Inc, 에스원, ALARM.COM, Qualys, 안랩 등 5곳을 선정했다. 문제는 기업별 핵심 사업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SK쉴더스는 증권신고서에 “SK쉴더스의 주요 사업영역에서의 사업 내용, 제품·서비스 포트폴리오, 규모 등을 고려할 경우 국내 상장회사만으로는 적절한 비교회사 선정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SK쉴더스는 이에 ADT Inc와 에스원은 물리보안 부문, ALARM.COM은 융합보안과 세이프티앤케어 부문, Qualys와 안랩은 사이버보안 부문을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도출된 SK쉴더스의 주당 평가가액은 5만 2044원이다. 여기에 40.43~25.45%의 할인율을 적용해 3만 1000~3만 8800원에 희망 공모가액 밴드가 형성됐다. 공모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3조 5052억 원이다.
SK쉴더스가 기대하는 예상 몸값이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SK쉴더스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물리보안 시장에서 1위 기업은 에스원이다. 에스원의 시가총액은 5일 기준 2조 7587억 원이다. SK쉴더스 공모가 최하단 기준 시가총액인 2조 8005억 원보다 에스원의 시총이 낮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가 좋지 않거나 비슷한 업종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면 상대적으로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가격 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지기에 청약을 꺼리는 기관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이 모두 SK스퀘어의 자회사라는 점도 문제다. 최근 모기업과 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이어지면서 모기업 주주들은 모기업 주가 하락 등의 피해를 보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해 기존 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에 대한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금융당국에서도 심사 기준 강화 및 상장 관리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등 모기업·자회사의 중복 상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반도체·ICT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 분할된 기업이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의 지분 47.49%를 보유 중이다. SK쉴더스의 보유 지분은 63.13%에 달한다.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에는 원스토어와 SK쉴더스를 포함해 총 19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모기업·자회사 중복 상장 문제의 핵심은 핵심사업의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은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SK스퀘어에서 물적분할된 기업이 아니다. SK스퀘어도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하면서 주주 가치 훼손을 막았다”며 “SK스퀘어는 투자 전문 회사다. 우리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을 포트폴리오라고 칭하고 있다. 즉 자회사의 가치가 높아져야 SK스퀘어의 수익도 높아진다. 따라서 자회사의 성장을 위한 IPO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는 또 자회사 상장을 통해 얻은 수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에서 “SK스퀘어가 향후 투자 수익을 실현하면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특별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스토어는 오는 25~26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5월 2~3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실시한다. SK쉴더스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일은 5월 3~4일이며, 5월 9일과 10일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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