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본선 과정 ‘이재명 친분 강조 효과적’ 판단…정책 실종 선거 비판 목소리도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마케팅이 과열 분위기로 흐르자 경기도 유권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민주당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이런 식의 친소 정치가 이재명 고문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3월 31일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이재명, 문재인, 민주당,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면서 ‘이재명 플러스 5’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플러스 5’ 공약은 △10개의 광역 상생 생활권 구축 △반도체 대학 설립 △경기도 예산 10% 교육에 투자 △문화예술 지원 강화 △벤처창업센터 건립 등으로, 안 의원은 “이재명의 정책 공약을 그대로 승계해 안민석이 더 크게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안민석 의원은 4월 4일 JTBC 썰전 인터뷰에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과 최측근 김병욱 의원이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정성호 의원님이) 오히려 좀 이해해줘, 미안해, 나는 안민석 편이지”라고 했다며 정성호, 김병욱 의원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다른 후보들을 두고 “이재명 팔이를 하고 있다. '누가 더 친하냐 인연이 있느냐'라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누가 더 이재명다운가다”라면서 “이재명과 안민석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고 안민석은 이재명의 기질을 잘 안다”라고 이재명 마케팅을 이어갔다.
조정식 의원도 3월 28일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의 가치와 철학, 성과와 업적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며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지역화폐를 계승하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3대 목표(경제수도 경기, 정의로운 경기, 행복한 경기)와 7대 비전도 선보였는데 여기엔 경기 상생 인터넷 은행 추진,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 글로벌 첨단 테크노밸리 조성 등이 포함됐다.
조정식 의원은 4월 5일 유튜브 김용민TV에 출연해 이재명 고문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장 출마 전 성남, 분당의 최대 현안이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었는데 이재명 변호사가 주민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그걸 저한테 전해줬다. 그래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에 대한 법을 제가 발의하고 통과시켰다”고 이 고문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조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성남시장 2번 출마할 때 제가 경기도당 위원장과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그때 공천을 제가 드렸다”고 했고 이어 “경기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제가 기재부와 싸워 관철시켰다.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경기도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선 중진들이 이재명 계승에 주력하는 것은 친소관계의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얼마 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듯 지금 당심이 이재명 고문과 이재명계에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이재명 고문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각 캠프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이재명 마케팅을 우호적으로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비후보들을 대표할 만한 정책 하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다 보니 ‘정책 실종 선거’, ‘이재명 없는 이재명 선거’라는 말이 경기도 정가와 민주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고문 영향력이 크겠지만 후보들이 연일 이 고문만 찾고 있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정책은 보이지도 않고 이 고문만 찾는 모습에 2016년 친박, 진박 논란이 일던 새누리당이 떠오른다는 얘기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수원시장 출신의 염태영 예비후보가 소소하지만 중요한 공약이라는 이름의 공약(공중화장실 개선, 지역화폐 인센티브 2배 상향, 무상 체육복 도입)을 발표해나가고 있지만 다수의 언론에서 “그래서 누가 이재명 픽이냐”라는 것에만 주목하다보니 ‘민주당에는 정책이 없다’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특히 정책통이자 경제전문가로 알려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등판은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4월 5일 경기도 기자간담회에서 50여 분간 기자들의 즉석 질문을 받으며 자신의 정책과 도정 방향의 큰 그림을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 주택, 교통, 복지, 교육 분야에 대한 개혁 의지를 드러내며 “이재명 전 지사의 잘된 정책은 개선하고 잘못한 정책은 개혁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 제 공약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정책 선거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민주당 경선이 정책보다 친소관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대해 6일 조현삼 염태영 캠프 수석 부대변인은 “이재명 고문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현장 중심의 정치와 정책을 이어간다는 면에서 누가 강점이 있는지 강조할 순 있지만, 단지 개인적 친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 고문 또한 그렇게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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