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9년 10월 인천 인현동. 새천년이 밝아오기 두 달 전 고등학교 2학년 수연이(가명)의 발걸음이 가볍다.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서 놀기로 한 날이었다. 약속장소는 학생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라이브'였다.
한창 밀린 수다를 떨며 즐겁게 놀던 중 수연이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는데 그리고 불과 10분 사이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까만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갑자기 시뻘건 불길이 솟아올랐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라이브'가 있는 2층을 집어삼켰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친구를 찾아보지만 역부족이다. 구급대원들 손에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실려 나오는데 여전히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화재가 난 '라이브'는 호프집이었다. 사망자 57명, 부상자 79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화재 사건으로 기록됐다. 놀랍게도 사망자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날 '라이브'에 있던 아이들 120여 명 중 단 한 명도 탈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날 아이들은 왜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까.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화재의 진상과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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