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1971년 개봉한 영화 '화녀'에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삼일빌딩이 등장한다. 시골을 떠나 친구와 함께 서울로 상경하던 윤여정은 서울엔 31층 빌딩이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31층? 떨어져 죽기 편리하겠다"라고 답하며 꺄르르 웃는다.
그리고 친구와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면 삼일빌딩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 '화녀'에서 근대화된 서울의 상징으로 등장한 삼일빌딩은 1970년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1985년 63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의 최대 마천루로 손꼽히던 건축물이었다.
삼일빌딩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5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삼일빌딩의 모습을 4월 7일 방송되는 '자화상, 중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삼일빌딩을 설계한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은 주한 프랑스대사관,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유엔 묘지 정문, 서강대 본관, 건국대 도서관, 서산부인과 등을 설계했다.
김중업은 건축가이지만 화가 김환기, 박서보, 이중섭, 시인 조병화, 구상 등 당대 내로라하는 한국의 많은 문화예술인과 활발히 교류했다. 이는 1950년대 기술직으로 생각되던 우리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로 한국 현대 건축 이끈 김중업, <자화상, 중업>에서는 건축가로서의 김중업의 모습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김중업의 다양한 면모도 조명한다.
지난 2018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인도의 대표적인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쉬'와 김중업의 놀라운 과거 인연이 최초 공개된다. 도쉬는 1950년대 초 김중업이 프랑스에서 세계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울 시기 함께 일을 배웠다.
도쉬는 김중업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오랜 인연을 드러냈다.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교감을 나눴던 두 사람. 과연 그들의 첫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리고 도쉬가 기억하는 청년 김중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레이션에는 1956년 데뷔 후 현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약 중인 배우 이순재가 참여, 김중업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뜻깊은 여정의 안내자로 나섰다. 이순재는 1935년 일제강점기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우리 역사의 산증인으로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중업과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
건축가 김중업의 일대기는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6·25전쟁, 4.19와 5.16 등 격동의 시대를 경험한 그의 삶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돌아본다.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서 한국 건축계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던 김중업은 어떤 생각을 하며 그 시대를 살았을까. 그리고 그가 꿈꾼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건축에 있어서 작품 활동이란 한평생 자화상을 그리는 일'이라고 말했던 김중업. 시대 속에서 자신을 직시하고 올바른 자화상을 그려야 하는,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 속에서 흔적을 남긴 그의 자화상을 통해 그가 꿈꾼 시대를 들여다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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