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로 5~11세 접종률 0.7% 그쳐…“부모에게 백신 득실 따질 충분한 정보 줘야”
접종할 수 있는 만 5~11세 대상자는 이달 말 기준 314만 7942명이다. 2010년생 중 생일이 지나지 않은 아동부터 2017년생 중 생일이 지난 아동까지 포함한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접종 예약의 예약자는 5만 1421명으로 예약률은 1.6% 그쳤다.
7일 기준 국내 0~9세 전체 인구 362만 4712명 중 누적 확진자 수는 182만 3539명으로 50.3%의 영유아가 코로나에 걸렸다. 어린이 2명 중 1명꼴로 이미 코로나에 걸린 상황에서 소아대상 기초접종이 시작돼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걸릴 사람 다 걸리고 나서 맞추라고 하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미 우리 아이는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코로나 증상보다 백신 부작용이 더 무섭다”, “의무도 아니고 아이들은 더더욱 맞추고 싶지 않다”는 등의 글을 온라인상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심까지 더해져 소아 대상 접종률은 타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만 5세 딸을 키우고 있다는 직장인 김명선 씨(가명, 40)도 “보통 백신 하나 나오는데 10년이 걸리는데, 코로나 백신은 나오자마자 접종이 시작돼 검증이 안 된 백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맞기 싫었지만 (백신을 맞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져서 어쩔 수 없이 맞았던 건데, 홈스쿨링을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맞출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접종기관 관계자조차도 소아용 백신접종이 시작됐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접종기관에 방문해 소아용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이 있었는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만 5세부터 맞을 수 있는지 몰랐다. 우리 병원에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오는 연령대는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아대상 기초접종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그런 감이 없지 않다. 열흘 전 이미 40% 이상이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 40%대라는 것이지 무증상 감염 등으로 진단을 받지 않은 아이들까지 합하면 60~70%이상이 이미 앓고 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상혁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접종의 목적은 중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집단면역을 형성해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접종을 했지만 돌파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백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 자녀들에게 더 백신을 맞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고위험군을 비롯한 소아청소년에서의 중증․사망 예방을 목표로, 기초접종(5~11세) 및 3차접종(12~17세)을 진행 중이다. 소아청소년 접종은 관련 학회 권고 및 전문가 자문 등에 근거해 중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게는 적극 권고하고, 그 외 일반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는 접종의 효과성과 안전성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안내해 자율적으로 접종을 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고위험군’은 만성폐질환, 만성심장질환, 만성간질환, 만성신질환, 신경·근육질환, 당뇨, 비만, 면역저하자(면역억제제 복용자), 만성질환으로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에서 치료·요양·수용 중인 소아, 이외 상기 기준에 준하는 고위험군 5~11세 소아로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사 소견에 따라 접종을 권고한다. 기존에 확진이 됐더라도 고위험군은 면역 형성 및 중증·사망 예방을 위해 기초접종 완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일반 소아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추진단은 “지난달 31일 5~11세 기초접종 시작 이후 5~11세 코로나19 예방접종 1만 7291건 중 이상반응은 단 4건이 신고됐다”며 “신고율은 0.02%이며 모두 메스꺼움, 복통 등 일반 이상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권고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접종 대상 소아 부모들 스스로 백신 접종의 득실을 따져볼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설명을 하고 정보를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오미크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의료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고열과 고열로 인한 열성경련,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룹,Croup), 장염, 심근염 등이 소아들에게서 나타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며 “백신이 100% 감염을 막아주진 못해도 중증이나 사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일반 소아의 경우 (백신의) 득실을 따져 접종 여부를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에 대한 괴담이나 무용론까지 나온 것은 정부가 그동안 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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