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게임사 최초 NFT P2E 게임 ‘슬라임월드’ 출시…“프로게이머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이윤열은 은퇴 이후 BJ로 전향해 방송을 이어갔다. 아프리카 파트너 BJ로 활약하던 그는 2017년 돌연 방송을 그만두고 게임회사에 입사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즐기던 디펜스(끊임없이 몰려오는 적 공격을 막는 게임) 게임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년이 지난 2020년 이번에는 그의 프로게이머 아이디를 딴 게임회사 나다(NADA)디지탈을 설립했다. “후배들에게 BJ가 아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근 이윤열은 블록체인을 결합한 P2E(Play to Earn) 게임 슬라임월드를 만들어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4월 2일 선보인 싸이월드 메타버스도 개발한 바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윤열을 만나 게임회사 CEO(최고경영자) 생활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로게이머들은 은퇴 후 BJ 활동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BJ를 그만두고 게임 회사에 입사해 화제가 됐다.
“원래 게임 개발이나 사업에 관심은 많았다. BJ 활동을 하다 즐기던 ‘랜타디’라는 디펜스 게임의 일종인 유즈맵(맵 에디터로 만든 게임)이 있었다. 이 유즈맵을 모바일에 이식하면 잘될 것으로 보고 맵 제작자에게 연락했더니 ‘같이 만들자’는 제안이 왔다. 2017년 이 기획안을 갖고 투자해달라며 여러 게임 회사 문을 두드렸는데 다 거절당했다. 그때 엔젤게임즈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게임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은 어땠나.
“정말 많이 배웠다. 게임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던 시간이었다. 엔젤게임즈는 스타트업이었고 기존에 하던 사업도 있다 보니 내가 원하던 디펜스 게임 출시가 늦어졌다. 2018년에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랜타디’가 출시된 건 2020년이었다. 원래 계획은 모바일 출시를 생각했는데 스팀(PC)으로 출시됐다는 점도 아쉬움이었다.”
―대구에 나다디지탈을 설립했다.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엔젤게임즈에서 공부가 많이 됐다. 이제는 직접 게임회사를 차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하게 됐다. 구미 출신이지만 대구에 연고는 없었다. 과거부터 인연이 있던 서수길 아프리카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대구에서 창업을 권유했다. 수도권 창업보다 정부 지원도 많고 운영비 측면이나 개발자 수급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매우 만족하고 있고 현재는 대구 1등 게임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최고 프로게이머로 연봉과 상금 모두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업에 관심을 둔 계기는 뭔가.
“최근 롤(푸하하) 게이머 연봉이라면 다르겠지만 스타크래프트 때는 그만큼 연봉이 많지 않았고 투자도 잘하지 못했다. 그런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게이머 출신으로 게임회사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게이머가 무슨 회사 대표야’라는 시선도 깨고 싶다. 내가 만든 회사를 믿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책임감도 크다. 최근 일만 하다 보니 몸무게가 6kg이 빠졌다. 회사를 더 크게 만들어 상장도 하고 싶고 훌륭한 대표로서 알려지고 싶은 꿈도 있다.”
―나다디지탈 운영을 해보니 어떤가.
“첫 번째 게임인 마피아 3D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렇지만 위기를 잘 넘겨 이제 어느 정도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우리 같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게임회사는 대형 게임회사처럼 몇 년간 준비해 한 개를 출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게임에 명운을 걸 순 없다. 여러 개를 빠르게 만들어 유저 반응을 보면서 보완해가는 방법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게임을 여러 장르로 출시했다. 노하우도 쌓여 최근에 출시한 게임이 계속 잘 되는 것 같다.”
―최근 출시한 P2E 게임 슬라임월드 얘기를 해 달라.
“슬라임월드는 나다디지탈의 4번째 게임으로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이다. 대구 지역 게임사로는 최초 NFT P2E 게임 출시다. P2E 게임은 국내 서비스가 안 돼 완전한 해외 타깃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만들었다. 유저가 가볍게 플레이하면서 나다 토큰을 획득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조만간 NFT 기능도 출시 예정이다. 로드맵상에서도 NFT를 활용한 PVP(유저간 대결)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이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해 진정한 P2E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반응이 좋다.”
―메인넷이 국내 서비스로는 다소 생소한 헤데라다.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헤데라는 3세대 체인으로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다. 헤데라는 전송 속도도 매우 빠르고 전송 수수료도 매우 저렴하다. 파트너십 개념으로 헤데라 재단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개발 중이다. 헤데라 기술력이 좋기 때문에 함께 유저 편의성까지 보완하고 있다.”
―토큰 상장은 언제 예정돼 있나.
“로드맵상에서는 1분기로 계획했으나 지연되고 있지만 2분기 안에는 상장할 예정이다. 해외 거래소 중에서 꽤 무게감 있는 거래소와 접촉 중이다. P2E 게임인 만큼 실제 거래소에 상장되면 마케팅 효과가 자연스레 5배에서 10배 이상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생태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긍정적이다. 페이스북도 메타로 사명을 변경할 정도로 굴지 IT 기업 모두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으로 가는 건 확정적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블록체인이 새로운 화폐가 되고 NFT도 빠질 수 없다고 본다. NFT는 아이템 거래도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최근 엑시인피니티나 위믹스 등 P2E 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했다. P2E 어떻게 전망하나.
“P2E가 전망을 매우 좋게 보고 있다. P2E 코인 가격이 하락한 것은 소각 정책이나 스테이킹 등 각 게임사의 토큰 이코노미가 수정되는 과정의 과도기 정도로 보고 있다. 앞으로 모두가 P2E 요소를 게임에 집어넣으면 역설적으로 다시 게임의 재미가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
―P2E 게임은 게임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만 인기라는 얘기도 있다.
“결국 게임의 재미와 ‘그 세상’에 유저가 얼마나 확보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미가 있고 유저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아이템에 가치가 있다면 선진국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해 메이플스토리나 리니지를 즐기는데 P2E 요소만 추가된 모습을 생각해 보면 된다. 과거 리니지를 보면 게임 내 화폐인 아데나가 현금으로 교환 가능했고 아이템 1개에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했다. 리니지에도 ‘작업장’이라고 돈 벌기 위해 돌리는 계정이 있었다. 이게 P2E 게임으로 정립돼 출시된다고 보면 된다.”
―나다디지탈은 앞으로 블록체인 게임을 계속 만들 생각인가.
“나다디지탈은 블록체인 게임사가 아닌 블록체인 게임도 만드는 회사다. 블록체인 게임은 이때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시했고 다른 게임회사보다 한발 빠르게 출시했다. 다음 게임은 블록체인이 아닌 게임을 준비 중이다. 슬라임월드 이후 P2E 게임 출시 여부는 내년에 다시 고민해볼 생각이다.”
―게이머와 회사 대표를 비교해보면 어떤가.
“스타크래프트는 일대일 게임인 만큼 나만 잘하면 된다.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우승하고 승리하는 기분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짜릿함이다. 기업 운영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반면 기업가는 팀 관리, 사람 관리는 게임단 주장으로서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가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살아남아야 기업 간 경쟁을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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