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태영, 하이트진로 등 여전히 건재…IMF 이후 그룹 공중분해 뒤 계열사들 명암 엇갈린 경우도
#현재도 승승장구 중인 대기업들
18개 그룹 중 현재도 대규모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한국타이어, 태영, 삼천리, 조선맥주(하이트진로) 등이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은 것이 특징이다. 삼천리그룹의 경우 1982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해 도시가스 사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 들어 도시가스가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한국타이어도 자동차 산업 발전의 수혜를 입었다. 태영건설 역시 공공기관 수주가 주 수익원이었으므로 다른 건설 업체에 비해 타격이 적었다.
‘하이트맥주’로 유명한 조선맥주는 대표적인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업종이다 보니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경영이 어려웠던 진로그룹을 인수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꿨다. 진로그룹을 인수한 후 그룹명을 하이트진로그룹으로 바꿨고, 현재는 국내 대표 주류 업체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최근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삼천리그룹의 경우 도시가스 시장의 포화상태로 인해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특히 SK그룹이 도시가스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역시 해외 맥주의 약진 등으로 한층 치열해진 경쟁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삼천리그룹의 창업주는 고 이장균 삼천리그룹 명예회장과 고 유성연 삼천리그룹 명예회장이다. 현재는 이들의 아들인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회장이 삼천리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현재 60대로 당분간은 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태영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경영권 분쟁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그룹)는 이미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은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에 반발한 장남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기업 타이틀은 사라졌지만 아직 생존 중
몇몇 그룹은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심이다. 정부가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2조 원에서 5조 원으로 늘렸고, 농심도 당시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농심은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올해 대규모 기업집단 진입이 유력시 되고 있다.
삼립식품은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겪는 등 큰 위기에 빠졌다. 고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00년대 들어 옛 계열사들을 재인수하기 시작했고, 2004년 SPC그룹을 탄생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SPC그룹은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들지 못하지만 제과업계에서 존재감은 남다르다.
동아제약 역시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대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는 등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 에스티팜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름은 건재하지만 현저히 사세가 줄어든 곳도 있다. 고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은 1997년 장남 정몽선 씨에게 현대시멘트를, 차남 정몽석 씨에게 현대종합금속을, 삼남 정몽훈 씨에게 성우전자를, 사남 정몽용 씨에게 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현 현대성우홀딩스)를 각각 증여했다. 그러나 성우전자는 2003년 파산했고, 현대시멘트도 2017년 한일시멘트에 매각됐다. 현대종합금속과 현대성우홀딩스는 현재도 범 현대가 소유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다.
#해체된 대기업 현황은?
당시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그룹 중 절반 이상은 공중분해됐다. 이들 대부분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IMF 외환위기 이전부터 위기의 조짐이 보였던 곳도 있다. 유원건설은 TBM(회전 커터식 전용기) 장비 구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한 탓에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1980년대 터널 공사가 대부분 TBM 공법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결국 유원건설의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졌고, 한보그룹이 1995년 유원건설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한보그룹마저 파산하면서 미국 울트라콘이 1998년 유원건설을 인수해 사명을 울트라건설로 변경했다. 울트라콘은 2016년 호반그룹에 울트라건설을 매각했다.
패션 기업 논노그룹은 한때 ‘샤트렌’ ‘르포엠’ ‘니코보코’ 브랜드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들어 경쟁 업체가 늘어나 점유율이 하락했고,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손해까지 입었다. 논노그룹은 1992년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되기 전에도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다. 논노그룹은 1998년 청산 절차를 밟았고, 보유했던 브랜드는 다른 업체들에 매각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다.
당시 해체된 그룹 중 현재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으로는 쌍방울이 꼽힌다. 쌍방울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쌍용자동차 인수도 추진 중이다.
해체된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중에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명성을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옛 신동아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추후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청구그룹의 유산인 대구방송(TBC)과 블루힐백화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TBC는 방송사 특성을 활용해 재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TBC는 귀뚜라미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블루힐백화점은 현 롯데백화점 분당점이다.
일부 그룹은 일반 시민들에게 잊혀가고 업계 관계자들만 아는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기도 했다. 63빌딩 건설로 유명한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6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거뒀다. 과거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건설 업체임을 감안하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셈이다. 현재 호반그룹 소유의 대한전선은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한전선그룹이 1960년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대기업임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SM그룹이 현재 소유 중인 우방과 서통(현 SM백셀) 역시 한때 ‘대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SM벡셀의 지난해 매출은 620억 원으로 어지간한 중견기업만 못한 수준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