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라넷에 블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도촬된 사진들이 떠돌아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여성 혼자 살고 있는 집이라면 지금 당장 자신의 집 욕실 창문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라넷 탐방 결과 실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해당 사이트 훔쳐보기 게시판에는 9월 22일 현재 게시번호 100만 번이 넘는 수많은 사진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주로 여성의 가슴이나 치마 속 등 신체의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은 모두 ‘몰카’(몰래카메라)나 ‘도촬’(도둑촬영) 형태로 관음증을 자극하는 음란 게시물들이다.
사진은 교복 입은 여학생, 버스 정류장의 여성, 지하철에 앉아 있는 여성 등 불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촬영된 것으로 보였다. 사진 속 얼굴은 모자이크가 돼 있었지만 본인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진도 있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누나, 여동생, 숙모의 사진이라며 올라온 글들이다. ‘숙모의 자는 모습’이라는 사진에 달린 댓글은 더욱 가관이었다. 닉네임 ‘폭스’를 쓰는 회원은 “몇 살임…? 얼굴사진은 없나요ㅠㅠ? 개인적으로 주시오”라며 파일 공유를 원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처럼 소라넷 회원들은 사진이 올라오면 댓글을 통해 사진에 대한 평을 적는다. 이어서 자신의 메일주소를 가르쳐주며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원본 파일 공유를 시도한다. 나도 모르게 내 사진이 퍼져 나가서 언제 어느 음란사이트 광고글에 등장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섬뜩함마저 들게 한다.
또 회원들 간에 정보공유도 이뤄졌다. 서로 자신들만의 몰카·도촬 촬영 명당을 공유하는가 하면 “휴대폰은 위험하니 ‘펜카’나 ‘유에스비카’로 찍어라”라며 친절히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도촬이 이뤄지는 범행 장소는 버스나 지하철 안, 에스컬레이터, 기차역, 버스정류장, 길거리, 계단 등 다양했다. 특히 개인 주택의 창문 틈 사이로 욕실 안이나 방안을 찍은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뒹굴뒹굴그녀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사진에는 “◦◦동에서. 하루 이틀에 걸쳐 찍은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반복적으로 방문해 사진을 찍은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있다. 동네 이웃이나 모르는 여성을 뒤따라 다니면서 찍었다는 것으로 이는 2차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
이 많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어떻게 이 많은 사진을 촬영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또 이 모든 사진이 진짜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회원들의 댓글에서는 ‘자작’(자체제작)을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기자는 자작 의혹을 제기한 모 회원에게 쪽지를 보내 답변을 들어봤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사이트를 이용해 왔다는 A 씨는 자신이 유심히 살펴본 결과 일부 사진들은 조작의 냄새가 난다며 자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 증거로 “여동생이나 숙모라고 올라온 사진을 보면 단지 여성의 사진이 있을 뿐 가족관계를 증명할 만한 어떤 설명도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올라온 사진이 제목만 바뀐 채 돌고 있는 것을 봤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부 사진은 실제로 도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회원수 60만 명을 자랑할 정도로 수많은 네티즌에게 유명 사이트로 알려진 소라넷은 미국, 일본 등지에 서버를 두고 1999년 6월 개설됐다. 이후 소라넷은 2003년 ‘SOOO.net’을 오픈한 뒤 10년 넘게 그 명맥을 이어오며 명실공히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상상,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우선 이 사이트의 회원가입은 누구나 간단한 신상정보만 입력하면 가능할 정도로 허술했다.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이트는 자체적인 성인 인증 필터링을 시행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사이트의 주 수입인 광고수입에 회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필터링제를 시행할 경우 상당수의 회원을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소라넷의 주 수입원은 광고업체들이 이 사이트에 게재하는 음란 사이트, 성인용품 쇼핑몰 등 배너를 통해 창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끊임없는 음란물 게시로 소라넷은 이미 2004년 수사당국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경찰은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소라넷의 대표와 국내 운영총책을 비롯해 제작·회선 임대·광고 대행에 참여한 외부 업체 관련자까지 모두 71명을 적발했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함께 소라넷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소라넷이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사이트 주소를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부랴부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소라넷 트위터 계정 삭제’라는 초강수로 맞섰지만 이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 트위터 계정은 삭제되면 얼마든지 다른 계정으로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폐쇄조치가 오히려 소라넷을 홍보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의위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음란사이트 차단을 논의하고 경찰과 공조해 사이트 차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등 사실상 원천적인 폐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고가 접수된 것은 없다.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