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과 동갑, 창간 30주년 축하…필요로 할 때 곁에 있었던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어”
류 의원은 4월 7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당이 작아서 퍼포먼스 정치든 뭐든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에겐 자신의 삶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류호정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일요신문이 30주년을 맞이했다. 류 의원과 동갑이다.
“일요신문과 제 나이가 같다고 하더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많이 하진 못했는데, 이번 기회로 독자 분들을 찾아뵐 기회가 됐다. 안에서 일하고 계신 기자들, 관계자, 모두 정말 축하드린다.”
―국회에 입성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돌아보니 어떤가.
“국회 입성 때 최연소 의원이라 주목을 참 많이 받았다. 사실 국정감사도 처음 하는 거라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도 무사히 마쳐 참 다행이다(웃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와서 현장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의제를 다룰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1992년생, 최연소로 국회에 들어왔다. 적응하는 데 힘들진 않았나.
“21대 국회 평균 나이가 55세다. 농담의 감각이 서로 다르다고 할까. 그래서 서로 어색할 때가 있는데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처음에 몇몇 의원님은 절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도 보았고 표정도 봤다(웃음). 지금은 그래도 나름 편하게 지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1990년대생이 세 명뿐이다. 1%에 속하는 정치인으로 역할이 있다면.
“젊은 사람에 대한 편견이 물론 있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이 국회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느껴진다. 소수지만 청년들이 국회에서 일하고 있으니깐 좋은 점이 많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2040 청년다방’이라는 연구모임에서 교류를 하는 편인데,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법안을 함께 발의한다. 저뿐 아니라 다른 당에 계신 청년 의원들도 당을 위해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평균 스펙트럼 안에 속하는 의원들이 잘못할 때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으로 끝난다. 하지만 청년정치인이 잘못하면 ‘그럴 줄 알았어’ ‘젊은 사람한텐 뭘 시키면 안돼’ 하는 청년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솔직히 부담이 크다.”
―국회 전반기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권 문제를 지적해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졌던 게 보람찼다.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를 다뤘던 것도 있다. 해고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고용안정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타투업법 제정을 공론화시켰던 성과도 있다.”
―타투업법 제정 당시 국회 앞에서 등 문신 노출 퍼포먼스를 했다. ‘퍼포먼스 정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주목을 받는 것을 나쁘게만 생각하진 않는다. 활용할 수 있으면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아쉽게도 정의당을 향한 카메라가 많지는 않아서, 의정활동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퍼포먼스를 통해서라도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작아서 가릴 처지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겐 자신의 삶이 달려 있는 문제다.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다.”
―2020년 국회 본회의 당시 분홍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당시 악플에 많이 시달렸다고 들었다.
“입은 당일에는 논란이 없다가 다음 날 논란이 돼서 조금 놀라긴 했다. 악플을 보고 연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이 많이 됐다. 이후 일정이 있어 어디 방문하는 곳마다 제 또래 여성분들이 연대의 의미로 특별히 원피스를 입고 왔다고 하더라. 그때 입었던 원피스도 완판됐다. 곁에 참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어이’라고 반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때 당시 어이 했을 때 ‘어이?’하고 되묻고 넘어갔다. 질의 시간이 얼마 없었다(웃음). 그 정도 되묻는 것만으로도 전달이 됐을 거다. 젊은 사람 특히 젊은 여성이 사회생활 할 때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공론장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려움을 말하는 것보다 묵묵히 보여드리는 것만으로 국민들께서 많을 것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한다.”
―정의당 ‘입법 노동자’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발의할 때 10명의 의원이 필요한데, 당이 6석이라 발의부터 어렵다. 교섭단체가 아니어서 법안 통과까지 정말 험난하다. 타투 합법화 법안만 해도 그렇다. 국민들이 공감을 많이 해도 보건복지위에 정의당 의원이 없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 비동의강간죄도,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 모두 상임위에서 소강상태로 있다. 특히 노동 관련 의제가 국회 안에서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게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 교섭단체가 돼서 그런 법안들은 논의 테이블을 쉽게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다당제로의 정치개혁 요구가 높다. 양당제 폐해를 몸소 느꼈을 것 같다.
“양당이 서로의 핑계가 되곤 한다. 어떤 법안은 서로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진행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양당이 짬짜미 합의를 해버리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경우들도 많다. 정치개혁을 결정하는 당사자가 두 당이기 때문에 개혁안 역시 지지부진하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정치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들이 많이 공감해주는 편이다. 민주당 정치개혁 의지가 느껴져 지켜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이 아쉬운 성적을 냈다.
“정의당이 추구하는 방향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동의를 해주셨다. 그런데 정당이 작아서 의지할 만큼의 힘은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차선들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았다. 당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더 커지기 힘들 수도 있겠단 위기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보나.
“정의당의 존재 이유는 노동 의제를 포함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의제를 다루기 위함이다.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양당이 대변하지 않는 분들을 대변해야 성장할 수 있다. 동시에 기득권 양당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한다. 정의당은 6석으로 작지만, 여성 의원이고 노조 출신 의원들이다. 저희가 사회적 약자 곁에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하겠다.”
―대선 정국에서 여성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는 비판과 동시에 2030 여성 민심 이탈이 있었다.
“선거 전에 정의당을 두고 정의당은 ‘여성만을 위하고 노동자를 위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더니 대선 정국에서는 정의당은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지, 여성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라고 하더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프레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위 표가 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었을 때도 저희는 이들 곁에 있었다.”
―20대 대선은 젠더 갈등이 극명했던 선거다. 정치권이 이를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정치가 있었다. 여성들이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의 성별 갈라치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준석 후보는 본인이 갈라치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말일 뿐이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갈라치기 시즌2라고 생각한다. 혐오정치 시즌2이기도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 대선의 승리가 혐오정치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대표의 정치 전략이 이긴 게 아니라, 민주당이 보였던 태도들에 대한 실망과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 작용한 거다. 혐오정치가 계속해서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안 하길 바란다. 이후에 더 크게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장연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도 크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불편하지 않은 시위는 없다. 시위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미치고 환장할 것 같기 때문에 다들 하시는 거다. 그러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불편하니깐 하지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왜 하냐, 무엇이 문제냐라고 물어보고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불편하니깐 하지말라고 하면 해결이 안된다. 갈등을 조율해서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지금 이준석 대표는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은.
“국민의힘의 논리를 보면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 그 인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결과로 나온 여가부 폐지라는 방법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여가부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건 아닐 거다. 그런데 흠이 있다고 폐지를 결정하면 사실 모든 부처가 폐지돼야 한다. 여가부 역할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성평등부로 여가부를 확대하고, 더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청년 정책에 바라는 점은.
“청년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아직 불안정하다 보니 불평등 의제나 문제가 이들에게 발생했을 때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노력해서 내 한 몸 누울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경쟁과 비용을 치러야만 평범함을 누릴 수 있다. 불평등 문제와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의 특징은 ‘5서남’(50대·서울대·남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민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하려면 너무 치우친 구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국회의 주요한 위치에 이른바 ‘아저씨’들이 너무 많다. 굳이 어렵게 청년을 늘리자, 여성을 늘리자는 것 말고, 아저씨를 줄이자는 방향도 괜찮아 보인다. 아저씨를 줄이고 나면 그 자리에 청년, 중년여성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다양성이 늘어나는 방안으로 아저씨를 줄이는 고민을 해주셨으면 한다.”
―남은 국회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사회적 약자 곁을 꼭 지키고자 한다. 노동자에 대한 혐오, 여성 혐오,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범람하고 있다. 나 하나 버티는 것도 힘들어서 서로 힘이 되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분들 곁에서 언제나 함께할 테니,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남은 임기 동안 보내겠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무엇보다 일을 잘하겠다.”
―어떤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은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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