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인? 결혼생활 자체가 의혹…왜 도주? 잠적 후 여죄까지 탄로…조력자 여부는? 범죄단체 가능성
#대기업 연구원 남편 연봉 이은해가 독식
여러모로 볼 때 살인 동기는 보험금에 무게가 쏠린다. 사건 자체가 경기 가평경찰서에서 수난사고에 의한 익사로 내사 종결됐지만 남편 명의의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수령하려는 이은해를 보험사가 지급 거부로 막아서면서 재점화됐다.
이은해는 혼인신고 5개월 만인 2017년 8월 남편 A 씨를 피보험자로 올려 보험회사 한 곳에 생명보험 상품 4개와 손해보험 상품 2개 등 8억 원짜리 보험을 동시 가입했다. 매달 보험료가 70만 원이다. 보험료 미납으로 몇 차례 실효 위기에 놓였고 그때마다 겨우 미납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 계약을 유지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결정적으로 A 씨가 계곡에서 사망한 시점도 보험실효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단지 보험료 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물론 8억 원은 큰돈이다. 4개의 생명보험을 한 번에 가입해 매달 70만 원이나 되는 보험료를 내는 것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그런데 결혼 기간 동안 이은해가 남편 A 씨의 재산을 이미 8억 원 이상 사용했을 수도 있다. 우선 인천에 마련한 전세 신혼집을 이은해가 혼자 사용했고 A 씨는 경기도 수원시의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했다. 또한 A 씨의 한 지인은 방송에서 “A 씨가 결혼 전 급여로 3억~4억 원을 모아뒀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돈이 전세금 등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15년 이상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한 A 씨의 연봉은 비교적 고액으로 추정된다. 결혼 이후 A 씨는 거액의 채무로 개인 회생을 신청했고 2018년 12월 31일에는 불법 장기 매매를 하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반지하 월세방 월세 50만 원을 못 내 보증금이 차감됐을 정도이고 주위에 여기저기 돈을 빌려 라면과 생수로 끼니를 때울 만큼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실제로 A 씨와 이은해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A 씨가 밀린 전기요금과 생활비를 요청하고, 안경과 운동화 등을 사달라는 등 부탁하는 내용이 많다. 도시락과 생수를 사기 위해 1만 원만 입금해 달라고, 라면 살 돈도 없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돈 들어오면” 뭔가를 사달라고 표현한 부분이 눈길을 끄는데 A 씨의 월급 등을 모두 이은해가 관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물론 A 씨가 이은해와는 별개인 다른 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회사 연봉과 거액의 채무를 모두 법적 부인인 이은해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결혼 전 모아 뒀다는 3억~4억 원에 결혼 이후 대기업 연구원 연봉, 거액의 채무 등을 모두 이은해가 가져갔다면 그 금액은 보험금 8억 원보다 많을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된다. 우선 A 씨는 왜 혼인신고를 한 뒤 경제적으로 몰락했으며 이은해에게 그렇게 끌려 다녔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꾸준히 대기업 연구원 연봉 등 A 씨가 경제활동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왜 이은해가 8억 원을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느냐 하는 점이다.
두 의혹은 하나의 미스터리로 연결된다. 어떻게 이렇게 비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했는지 여부다. 보험금 8억 원이 주된 살인 동기라고 할지라도 거기까지 상황이 진행된 과정 자체도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A 씨가 어떤 약점을 잡힌 것은 없었는지, 더 이상 A 씨의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시도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다.
#직접 증거 없는 살인, 상당한 법적 다툼 예상
3월 30일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명수배되면서 법조계에선 과연 이들의 살인 혐의가 법정에서 입증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A 씨가 계곡물로 다이빙하도록 이은해 등이 부추기긴 했지만 누군가 물리적으로 계곡 아래로 밀어버린 것은 아니고, 적극적이진 않더라도 구조 활동을 펼친 정황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극적’이라는 개념은 법정에서 상당한 다툼거리가 될 수 있다. 8억 원의 보험금이라는 살인 동기는 존재하지만 살인의 직접 증거가 많지 않은 사건이라 상당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4월 6일 검찰과 경찰이 합동 검거팀을 꾸려 합동 수사에 돌입한 것을 두고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애매한 사건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는 법조인들도 있다.
이은해는 2020년 3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 “경찰이 익사로 내사종결한 사건을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기 싫어 온갖 트집을 잡고 있다”고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제보를 했을 만큼 관련 혐의에 당당했다. 2020년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 편을 통해 관련 사건을 다뤄 크게 화제가 돼 온라인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4월 네티즌 100여 명을 상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일부에게는 합의금까지 받았다.
네티즌들을 고소한 즈음 이은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도 위자료 1억 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이 나가기 전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방송이 나간 뒤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명예와 인격권이 훼손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3월 24일 인천지방법원은 이은해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이처럼 당당하던 이은해와 조현수가 일을 키운 건 오히려 잠적이었다. 이들은 2021년 12월 13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다음날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 참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후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해 결국 지명수배됐다. 이로 인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고 온라인에선 각종 의혹이 증폭됐다.
결국 경찰은 온라인에서 제기된 2010년경 인천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일대에서 이은해의 당시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의문사했다는 의혹과 2014년 7월 이은해의 또 다른 당시 남자친구가 태국 파타야 인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숨진 것과 관련된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계곡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도 불리한 증거도 추가되기 시작했다. 특히 채널A가 공개한 2019년 6월 30일 사건 당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A 씨와 조현수, 또 다른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 등이 물놀이하는 영상이 충격적이다. 수영을 못 하는 것으로 알려진 A 씨가 겁에 질려 괴로운 듯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그만, 그만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이은해가 10대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특수절도 및 절도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 사실을 보도한 이데일리에 따르면 이은해는 2008년에서 2009년 초 사이 인천에서 수차례 조건만남으로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남성이 씻는 사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범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법원에서 다퉈볼 소지가 충분히 있어 보이던 사건의 피의자이던 이은해와 조현수는 해당 사건이 더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죄에 대한 수사까지 받게 됐다. 그리고 대중에 공개될 리 없었던 과거 구속 이력까지 공개됐다. 또한 지명수배로 이름은 물론이고 사진이 공개돼 얼굴까지 전국민에게 알려졌다.
이렇게 상황이 매우 불리해질 것임에도 갑자기 도주해 잠적한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 1차 소환조사 직후라 우선 검찰 수사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돼 혐의 상당 부분이 입증됐다는 점을 파악해 바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계곡 살인사건보다 더 큰 뭔가를 감추기 위해 잠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갑자기 잠적한 이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수사는 물론이고 검거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밀항이라도 했나…’ 사라진 지명수배자들
문제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어디로 사라졌느냐다. 만약 단순히 검찰 1차 소환조사를 받고 도주 및 잠적을 결심해 다음 날 사라진 것이라면 준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대포폰을 사용하고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 잠적했을 수는 있지만 3월 30일 이들이 지명수배된 뒤 매스컴이 거듭해서 관련 뉴스를 내보내 화제가 집중되고 있음에도 쉽게 이들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급증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이들이 잠적한 뒤 해외로 출국한 기록도 없고 지금은 아예 출국금지된 상태다. 물론 밀항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여러 가지 정황상 이은해와 조현수를 돕는 감춰진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계곡 살인사건 역시 제3의 공범이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채널A가 공개한 사건 당일 물놀이 영상에 실제로 등장한다. 이은해와 조현수, 제3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 등을 비롯해 또 다른 조력자들까지 더해진 일종의 범죄단체가 존재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A 씨와 이은해의 신혼집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는 JTBC 인터뷰에서 “신혼부부 같지는 않았어요. 보통 신혼이면 냉장고 이런 거 다 해서 들어오잖아요. 살림이 들어오거나 뭐 그렇지는 않았어요”라며 “내가 (전화)해서 물어봤던 것 같아. 친구들이 아마 살고 있다고 그랬나. 희한하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A 씨는 신혼집으로 계약한 인천 전셋집이 아닌 수원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았고 신혼집은 이은해와 친구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조현수와 제3의 공범 등이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외에 다른 누군가가 더 있었고, 그들 또한 이은해의 잠적을 돕는 조력자일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석바위사거리 교통사고, 태국 파타야 산호섬 스노클링 사고 등도 수사가 진행 중인데 여기서도 이은해에게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분명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연속된 사건은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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