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적 복수극을 그린 웹툰 '비질란테'와 드라마 '모범택시', '빈센조'가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실 속 범죄사건을 녹인 이야기와 통쾌한 복수극은 많은 사람의 공감과 대리만족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의 사적 제재는 온라인상에서 가장 활발하다.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빈번하게 화제가 된다. 소위 '화력지원', '좌표 찍기'’라 불리는 형태로 모여든 여론은 누군가를 감시하고 처단하기에 충분하다.
사적 제재를 행하는 사람들과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들은 왜 정당한 법적 처벌 대신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일까.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이승원 씨는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폭리마진을 당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영상 컨텐츠를 제작한다. 피해자를 대신해 직접 가해자와 언쟁을 펼치고 피해 금액을 돌려받아주는 사적 제재의 형태이다. 법적 절차를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승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고통받던 피해자들은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막막하고 억울한 심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편 최근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 중 하나인 중고차 사이트에서는 주차 테러 사건을 고발하는 글이 화제가 되어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렌터카 사기 범죄 집단 우두머리의 오른팔이었던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자 사건은 더욱 이슈화되었다. 개인의 감정적 호소에 동조하기 위해 시작된 사적 제재였으나 힘을 모은 여론에 압력을 느낀 가해자는 스스로 사과문을 게재했고 결국 꼬리를 잡혔다.
지난 2021년 12월 성범죄자 조두순의 자택에 잠입해 둔기로 머리를 가격한 혐의를 받은 용의자 A씨는 오는 5월 18일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건 당시에는 용의자를 '의인'이라 지칭하며 응원을 보내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정인이 양모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던 유튜버 정병곤 씨는 개인의 우편함을 임의로 뒤지고 사생활을 폭로한 혐의로 양부에게 고소를 당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그에게 관대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들의 명백히 불법적인 복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질란테를 자처하는 이에게 공감하거나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한 2021년 국민법의식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범죄의 경우 우리 사회의 처벌이 불충분하다고 여기는 여론이 87%를 넘었다. 이는 대중이 인식하기에 법 감정과 현실적 양형 기준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가 충분하지 않을 때 대중이 그렇다고 느낄 때는 사적 제재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2020년 온라인 신상공개의 문제점을 뜨겁게 일깨웠던 '디지털 교도소' 사건의 피해자 채정호 교수를 만났다. 그는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온라인상에서 낙인이 찍힌 자가 인권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음식 관련 개인 방송 채널을 통해 다른 음식점의 레시피를 훔쳤다며 허위 폭로를 당한 'ㄱ' 음식점 사장 B씨. 그는 무차별적인 인터넷상에서의 폭행을 겪으며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과 무거운 책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른바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그 범위를 넓혀갈수록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쉬워졌고 그 영향력 또한 커가고 있다. 가해자를 지목하고 누군가를 폭로하는 말은 자극적일수록 빠르게 퍼져나간다. 반면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의 호소와 해명은 갈 곳을 잃은 현실. 누군가는 잘못 새겨진 낙인을 끌어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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