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덕곡항에서 배를 타고 15분을 더 달려야 만나는 섬 대광이도. 무인도인 이곳을 유토피아로 만든 청년이 있다. 자칭 '최연소 자연인' 박지운 씨는 약 2년 간 섬에서 생존(?) 중이다. 수도 시설이 없어 하루에 두 번씩 지게로 물통을 나르고 씻는 것조차 불편하지만 지운 씨에게는 여기가 천국이다.
앞길 창창한 청년을 섬으로 들어가게 만든 건 반려견들이다. 어딜 가든 든든하게 그의 옆을 지키는 녀석들이 무려 12마리다. 그 중에서도 지운 씨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섬 생활 1세대인 '깜순이'와 '흰별이'다. 지인의 농장을 빌려 키우던 깜순이와 흰별이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면서 어린 생명들을 책임지고 입양 보내기 위해 무인도행을 결심했다.
지운 씨의 아침은 털이 얼룩 모양인 '젖소', 몸통은 까만데 앞발만 하얀 '두손이', 호피 무늬 털을 가진 '호순이' 등 생김새에 맞춰 이름 지어준 12마리 녀석들의 출석체크로 시작된다. 그 중 대광이도의 대장은 8남매 엄마 '깜순이'다. 윤기 흐르는 검은 털의 소유자로 철철 넘치는 애교로 지운 씨를 웃게 하는 매력덩어리다.
그런데 최근 깜순이의 대장 자리를 위협하는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바로 무인도 식구 중 유일한 고양이인 '자연이'다. 7개월 전 대광이도에 들어와 만나게 된 유기묘로 구조한 후 줄곧 지운 씨와 살을 부대끼며 동고동락 중이다.
3층짜리 캣타워는 물론 모래 깔린 화장실과 전용 밥그릇까지 그야말로 '엄친묘'로 키우고 있다. 강아지밖에 모르던 지운 씨가 자연이를 단짝으로 꼽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고. 무인도 생활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 자연이만의 특별한 능력은 뭘까.
모처럼 지운 씨가 외출에 나섰다. 거제도에 있는 본가에 들러 물과 식량을 공수해올 참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섬 생활을 위해 생수통이며 각종 살림도구를 구해다 주는 든든한 지원자다. 사실 부모님이 처음부터 무인도행을 찬성했던 건 아니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이 공무원 생활을 하며 평범하게 살길 바랐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신다.
12마리 강아지 때문에 시작된 섬 생활이지만 녀석들 덕분에 새로운 꿈도 생겼다. 유기견 유기묘를 위한 섬을 만드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훈련사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다. 하지만 생전 해본 적 없는 훈련에 녀석들이 순순히 따라줄 리가 없다.
섬 총각 지운 씨와 1묘 12견의 왁자지껄 무인도 생존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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