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핵심 계열사인 SPC삼립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과 ‘사료제조, 판매, 유통 및 수출입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SPC삼립은 공시를 통해 “신사업에 따른 사업목적 추가”라고 밝혔다. SPC삼립은 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를 5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무려 40배나 늘렸다. 신사업을 앞두고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고, BW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뜻한다.

이와 관련,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SPC삼립에 대해 “신제품(포켓몬빵) 판매 호조 영향과 가격 인상 효과로 올해 1분기 베이커리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을 것”이라며 “매출 상승에 따른 가동률 개선 및 제품 믹스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p) 오른 7%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SPC삼립을 비롯해 SPC그룹 신사업 중심에는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있다. 허 부사장은 2018년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SPC그룹 측은 당시 “(허 부사장이)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의 약속과 달리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해 말 SPC그룹 신사업 담당 계열사 섹타나인의 책임임원으로 복귀했다.
복귀의 정당성을 두고는 뒷말이 나왔지만 허 부사장 입장에서는 시기를 잘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계열사의 호실적과 신제품 효과 등은 신사업 추진의 든든한 뒷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섹타나인은 허 부사장 복귀 직후 퀵커머스 서비스인 ‘해피버틀러’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도보 배달서비스 중개 플랫폼 ‘해피크루’를 론칭했다. 허 부사장은 메타버스와 캐릭터 관련 사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섹타나인은 나아가 SPC삼립,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SPC그룹의 브랜드 서비스를 디지털로 통합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실제 섹타나인은 출시한 신사업을 SPC그룹 각 계열사에 적용하고 있다. 섹타나인과 SPC삼립의 사업이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PC그룹 브랜드는 멤버십 서비스인 ‘해피포인트’로 다 연결이 돼있으므로 계열사 신사업 하나하나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며 “섹타나인은 각 계열사들의 신사업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SPC삼립과 파리크라상의 식품·매장 신사업이 섹타나인의 IT 신사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진수 사장은 최근 몇 년간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해왔다. 특히 파리바게뜨 글로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030억 원이다. 미국 법인과 싱가포르 법인도 각각 1526억 원, 16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SPC그룹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에라자야그룹과 합작법인 ‘에라 보가 파티세린도’를 설립하고, 자카르타에 인도네시아 파리바게뜨 1호점인 ‘아쉬타몰점’을 오픈하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향후 사업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해외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 상하이를 전면 봉쇄했다. 상하이는 약 130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이 있는 곳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 리오프닝과 달리 중국은 다시 2020년으로 돌아간 분위기”라며 “과거 대비 봉쇄 기간이 길어지고 기타 지역으로의 추가 록다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를 시사한 것도 악재로 거론된다. 과거 사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중국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경제 보복을 실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허진수 사장의 해외 사업이 부진하고, 허희수 부사장의 신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SPC그룹 내 위상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허희수 부사장은 과거 미국 쉐이크쉑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쉑쉑버거’를 론칭해 큰 인기를 끄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다.
보수적인 재벌가 문화를 감안하면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경영권 획득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허영인 회장 본인이 고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이므로 장남과 차남의 차이가 크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허창성 창업주는 장남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에게 삼립식품을, 차남 허영인 회장에게 샤니를 물려줬다. 그러나 삼립식품은 IMF 외환위기 속에서 부도를 맞았고, 이후 허영인 회장의 샤니가 삼립식품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SPC그룹이 탄생했다.
SPC그룹은 SPC삼립의 신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섹타나인과의 사업 조율이나 허희수 부사장의 경영권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삼립의 경우 아직 신사업이나 자금조달 이슈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이슈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민첩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신사업을 진행하면 SPC삼립 등 계열사와 섹타나인이 상호보완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