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스융신, 호텔·골프장 사업 등 진출 상업화 주도…이윤 추구 곱지 않은 시선 속 “시대 흐름 불가피” 의견도
최근 정저우시 공공자원거래센터는 한 상업용지 땅에 대한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땅을 분양받은 곳은 허난철숭디지털과학기술유한공사(철숭공사)라는 회사로, 4억 5200만 위안(870억 원)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저우시는 이 땅에 대규모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계획하고 2020년 12월부터 준비해왔다.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5성급 호텔, 전시관, 콘도, 음식점, 금융시설, 주거형 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된다. 교통이 편하고 입지가 좋아 향후 정저우시의 중심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입찰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이유는 소림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등록 정보에 따르면 철숭공사는 허난철투가 지분 51%를, 원한실업이 49%를 가지고 있다. 허난철투는 허난성철도건설 자회사로, 사실상 공기업이다. 주목할 회사는 지분 49%의 원한실업이다. 원한실업 최대주주는 허난소림무형자산관리(지분 70%)다. 허난소림무형자산관리는 소림사 주요 사업 개발 등을 담당하는 회사다. 사실상 소림사 소유인 셈이다.
철숭공사는 허난철투와 원한실업이 정저우시 분양에 입찰하기 위해 3월 중순 세운 회사다. 공교롭게도 자본금은 입찰금액과 같은 4억 5200만 위안이다. 설립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 회사가 여러 업체를 제치고 땅을 분양받자 업계에선 소림사의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림사의 상업용지 분양에 대한 논란이 일자 허난성철도건설 측은 “소림사가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다. 두 기업(허난철투, 원한실업)이 합작한 정상적인 행위”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사실 그동안 소림사가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허난소림무형자산관리를 플랫폼으로 여러 상업 투자의 배후에 있었다는 건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림사는 업계 큰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소림사는 2015년 2월 호주에 4성급 호텔과 골프장을 세울 것이란 소식을 전하며 언론을 달군 바 있다. 물밑에서 이뤄지던 소림사의 상업 투자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계기였다.
당시 소림사 주지 스융신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주가 매각하는 땅을 사는 과정에서 대금을 일시불로 완납해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호주 한 언론은 “쿵후학교, 사원, 약초단지뿐 아니라 호텔과 골프장 등 복합 패키지 개발 모델을 채택했다. 종교와 공익 프로그램은 소림사가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호주 사업이 화제를 모으자 주지 스융신은 2015년 3월 양회(중국에서 매년 진행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이르는 말) 참석 전 신화통신에 “쿵후, 불경을 닦는 공간 등은 명백히 소림사가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기업가는 (소림사의) 관광객, 수요 등을 따져 비즈니스 기회를 잘 보고 공유하길 바란다. (호주 사업은) 호주 정부와 국민, 투자자가 원한 것”이라고 했다. 소림사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투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취지였다.
스융신은 소림사의 상업화를 주도하고 경영 논리를 도입한 인물로 꼽힌다. 소림사는 1982년 영화 ‘소림사’의 대히트로 전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스융신이었다. 1965년생인 스융신은 1981년 출가하면서 소림사로 들어왔고, 불과 22세에 주지 자리에 올랐다.
스융신은 탁월한 경영 감각을 발휘했고,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스융신은 ‘소림무승단’을 만들어 전국투어를 실시해 소림사 인지도를 높였다. 또 실업회사를 설립해 소림사 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소림서국’이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소림쿵후’를 출간했다. 2007년엔 스포츠용품과 관광품, 불교용품 등을 취급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소림사 내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스융신은 18개 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저우시 땅을 분양받은 철숭공사의 2대주주 원한실업 역시 그 중 하나다.
소림사는 불교 관련 사업뿐 아니라 온라인게임, 음원, 경매 등 사업을 넓혀갔다. 소림사는 2020년 9월 이른바 패션 브랜드 ‘션마’와 특허 송사를 벌이기도 했는데, 그 이후 관행처럼 사용해오던 ‘소림’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국가지식재산권상표국 자료에 의하면 소림사가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출원한 상표는 666개에 달했다.
소림사의 상업 투자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소림사도 이제 속세와 다를 게 없다” “주지가 아니라 회사 사장 아니냐” “마지막 보루인 소림사가 무너졌다” 등과 같은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이런 상황이면 다른 데 취업할 게 아니라 차라리 소림사 중이 되는 게 낫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종교 전문가는 블로그에 “지금 대부분 사찰이 위패, 부적 등으로 돈을 챙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사찰이 신도들에게 주는 것은 그저 허황된 ‘공수표’일 뿐이다. 그런데 소림사는 실재하는 것을 주고받는 거래를 한다. 서로 이익을 교환하는 것은 모든 현상의 본질이다. 스님이 돈을 세는 것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추세에 맞춰갈 필요도 있다”고 썼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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