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 연연 않겠다’ 언급하며 저지 나서…윤석열 당선인 새 총장 앉힐 기회 얻을 수도
검사들 사이에서는 “총장뿐 아니라, 고검장, 검사장들도 필요하다면 모두 옷을 벗고 싸워야 할 때”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오수 총장 역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검찰총장 직에 대해 미련이 없다는 점도 내비쳤다. 애초 임기 완주 의사를 내비쳤던 김 총장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논란이 검찰총장 등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인사권 행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등 윗선에서도 위기감
더불어민주당은 4월 12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수사권마저 떼어내겠다는 취지다. 분리한 수사권을 어디로 이양할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와 같은 별도 수사기관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4월 국회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민주당의 당론 채택 직후인 12일 저녁 대검찰청은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짧은 입장을 내기도 했다. 현직 검사의 사의 표명이 나오는 등 검찰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사의를 표명한 이는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로 그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금융·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 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 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검찰 윗선들도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사법연수원 25기)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의 몇 가지 무리한 수사 때문에 검찰의 수사 기능 전체를 박탈하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검장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청권 등이 사라질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볼 것이라고 사례를 들어 검찰의 입장을 강조했는데 이를 놓고 검찰 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인터뷰’라는 평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라는 조직은 검사 개개인이 대외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문화가 있고, 특히 검사장 정도가 되면 인사 등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직함을 건 인터뷰는 자제하는 편”이라며 “김후곤 검사장이 직접 나서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검사장 등 윗선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나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이는 김오수 검찰총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믿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윤석열 전 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오수 총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추진에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4월 8일 고검장 회의, 11일 검사장 회의를 각각 열고 검사들의 뜻을 모은 김 총장은 적극적으로 민주당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13일 출근길에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민주당의 결정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그것도 정면으로. 그러한 법안이 추진된다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곳이 없게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을 저지하겠다”면서 “대통령과 헌법재판소까지 각 단계에 따라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시사한 셈이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장은 “수사권이 없으면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기록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판사”라며 “5차 개헌 때 영장청구 과정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만 특정했고 사법경찰관은 빠졌다. 헌법에 나와 있는 수사기관은 검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당론까지 확정해놨는데 왜 법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의총 결과를 보면 검찰은 직접 수사를 개시하지 못하게 하고 송치한 사건의 보완수사까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12일에는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1시간 동안 만났다. 이날 만남은 김 총장의 요청으로 당일 급박하게 성사됐는데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는 마음을 전달했다”며 중재는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으로 달라진 기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은 ‘김오수 총장의 임기를 지켜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정작 검수완박 과정에서 김 총장이 사의를 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임기 시작과 함께 새로운 총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3월 중순만 해도,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김오수 총장 거취’를 언급한 것을 놓고 반발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는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하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 임기제도가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도 아닌 윤석열 당선인이라면 검찰총장 임기는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검찰의 시스템을 통한 여러 정치사건 수사, 특히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각종 비위 수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김오수 총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임기를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가 검수완박 강행 결정과 함께 김오수 총장과의 관계도 끝난 것 같다”며 “김오수 총장도 주변에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검찰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언제든 내놓고 싸우겠다고 밝혔다더라. 검수완박을 강행할수록 윤석열 당선인이 ‘새로운 총장’을 앉힐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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