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압박 회피 위해 지분 처분 시 승계 문제 걸림돌…한화에너지 “경영 방식, 대주주와 무관”
한화에너지의 지난해 성적표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563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6257억 원 대비 10%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7억 원, 3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2%, 35.5% 줄어들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30%를 웃돈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 비중이다. 그동안 3세 경영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3형제는 한화에너지를 간접 지배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3형제의 100% 개인회사 에이치솔루션(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을 통해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확보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2020년 말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한화에너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 기준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기업과 그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가진 자회사 중 △계열사 매출 200억 원 이상 △전체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 사이에 7% 이상 차이 조건에서 하나라도 해당하면 규제 대상이다.
법개정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모회사 에이치솔루션과 역흡수 합병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너지는 존속회사로 남게 됐고,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로 흡수됐다. 이로써 한화에너지의 지분은 김동관 사장이 50%,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상무가 각각 25%씩 보유하게 됐다.
양사 합병을 통해 김동관 사장 3형제가 가져가는 배당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사장 3형제 입장에서 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3형제 등으로 배당이 진행되면 이 과정에서 배당소득세가 두 차례 발생하지만 한화에너지→3형제로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 한 차례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화에너지는 2016년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배당금 지급을 재개했다. 이를 통해 김동관 사장 3형제는 배당금으로 1002억 원을 챙겼다.
그러나 양사 합병에도 일감몰아주기 이슈는 해결하지 못했다. 내부거래율 낮추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한화에너지가 계열사를 상대로 올린 매출은 1766억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3%으로 집계됐다. 전년 31.5%와 비슷하다. 앞서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고 무조건 일감을 줄일 필요는 없다. 내부거래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은 '규제대상'임을 명시한 것이지 '처벌'을 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라도 계열사와 부당한 거래가 아니면 내부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매년 신고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정거래에 대한 사정당국의 감시 수위가 강력해지는 것이다.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규제 대상 자체가 법적 처벌을 받아서가 아니라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공정위에 내용을 계속 신고해야 하고 그만큼 안 받아도 될 규제와 감시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해서다. 또 규제 대상에 포함돼 일감몰아주기 이슈로 여론의 비판적인 시각을 받아야 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에너지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3형제 지분을 줄이면 승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동관 사장 3형제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그룹 지주사인 (주)한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의 (주)한화 지분율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 9.7%(우선주 5.1%) 수준이다. 김동관 사장도 (주)한화 보통주 지분을 4.44%(우선주 3.75%) 가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사장 3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에너지와 (주)한화의 지분을 맞교환하거나 한화에너지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김동관 사장 3형제가 구주매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주)한화 지분 매입 대금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된다.
이 같은 승계 시나리오는 한화에너지 기업 가치가 높을수록 설득력이 높아진다. 김동관 사장 3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을 유지한 채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주)한화 지분을 챙길 수 있는 구조여서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한화에너지의 실적은 빠지고, 신용등급(무모증 사채 -AA(부정적)→A+(안정적))은 하락했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피하려고 지분을 팔거나 일감을 줄이면 승계 시나리오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회사의 합병 시나리오나 경영 방식이 대주주(김동관 사장 3형제)들의 그룹 승계와 무관하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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