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성 예금 크게 늘면서 자금 넘치고 시중 통화량도 풍부…관건은 금융당국의 규제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기 직전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이자 평균은 연 1.01% 수준이었다. 기준금리가 1.25%인 올해 2월 기준 예금금리는 1.91%다. 기준금리가 0.75%포인트(p) 오르는 동안 0.9%p 오른 셈이다. 이 기간 은행 대출금리(신규) 평균은 주택담보대출이 2.81%에서 3.88%로 1.07%p, 신용대출이 3.86%에서 5.33%로 1.47%p 올랐다. 그만큼 은행 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대출은 변동금리가 대부분이지만, 정기예금은 가입 시 약정한 이자율에 따른다. 금리가 올라도 기존 예금 이자율은 오르지 않는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변동금리가 적용되지만 정기예금보다 이율이 낮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한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 예대마진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은행 수시입출금 예금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0.17%에서 올 2월 0.27%로 0.1%p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은행 요구불예금(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은 202조 원에서 357조 원으로 76.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예금(예금주가 일정기간 동안은 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예금)은 1192조 원에서 1511조 원으로 26.78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은행의 자금 조달 원가가 기준금리 인하폭 이상으로 낮아진 셈이다.
이 기간 은행 총대출금은 1600조 원에서 2050조 원으로 28.15% 늘었다. 증가폭은 예금이 475조 원, 대출은 450조 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화량(M2)도 2018년 말 142.5%에서 지난해 말 175.5%로 3년 새 33%나 높아졌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증가폭(28.7%p)보다도 높다. 싸게 조달한 돈이 아직도 넘치고, 시중에 돈도 풍부하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이자를 높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규제다. 금융위원회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규제하면서 여전히 대출공급보다 수요가 우위인 상황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대출한도 제한 빗장이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아직은 1인당 최고한도를 높이는 수준이지만,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실제 대출 총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출이 늘어 은행들의 수신 필요성이 높아지면 예금이자 상승 기울기가 지금보다는 가팔라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예대금리차 공시 등의 조치는 예금이자 상승보다는 대출금리 인하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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