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이유 엔터식스 자격 박탈…아이파크몰도 해당 조건 제대로 못 갖춰 논란
아이파크몰 2호점이 고척 아이파크에 입점한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진 건 지난해 12월이다. ‘구로 뉴스테이 사업’으로 지어지는 고척 아이파크는 35개 아파트 5개 동과 45층 주상복합 6개 동으로 2205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다. 서울 구로구 남부교정시설 10만 5000㎡ 부지에 건설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같은 달 아이파크몰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소식도 전해졌다. 아이파크몰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12월 2일과 9일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 2종을 발행했다. 사모 방식으로 조달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350억 원 규모다. 아이파크몰은 증권발행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현재 대대적인 자본 건실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구채 외에도 건물 담보도 재평가받았다. 기존 존재하던 부채를 상환하면서 그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척 아이파크에 2호점 입점과 자본잠식 체제 종결 등 희소식이 전해지며 아이파크몰은 새해를 맞이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호점 입점으로 결정된 자리가 모기업인 현산과 엔터식스가 상가 임차인 자리를 두고 수년 동안 공방을 펼치며 잡음을 일으켰던 곳이기 때문이다.
현산은 2016년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사업의 신청 조건이 까다롭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이유는 ‘상가 임차인 입점 확약서’ 때문이다. ‘뉴스테이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 신청자는 상가 임차인의 입점 확약서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제출해야 했다.
무엇보다 상가 임차인의 자격이 까다로웠다. 공모지침 제8조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은 최근 3년간 연 매출 평균 1000억 원 이상인 업체여야 하며 주차장 면적을 제외한 판매 시설 면적의 50% 이상 입점을 확약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업체들은 신세계, 현대, 롯데 등 백화점 3사나 애경, 이랜드 리테일, 엔터식스 정도였다. 해당 상가는 백화점이 들어설 정도의 큰 규모가 아니어서 애경과 이랜드리테일은 사업 성격에 맞지 않아 입점을 검토하지 않았다. 아이파크몰의 경우 당시 최근 3년 매출이 1000억 원대를 유지 중이라 상가 임차인이 될 자격이 있었지만 당시 자본잠식 규모가 800억 원에 달할 만큼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다.
결국 엔터식스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현산은 엔터식스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 엔터식스는 2016년 8월께 현산과 구로 뉴스테이 사업 부지의 지상 상가 부분을 통으로 임차해 개별 입점 업체를 전대 및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책임 임차인’으로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후 구로 뉴스테이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17년 12월 구로구로부터 사업계획을 인가받았다. 그러나 현산은 사업계획 인가 후 약 2개월 후인 2018년 2월 돌연 엔터식스의 상가 임차인 자격을 박탈한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알렸다. 현산은 엔터식스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게 계약 철회 이유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자회사인 아이파크몰 입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제기됐다. 모기업 HDC와 현산은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해 아이파크몰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아이파크몰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몰은 2020년 350억 원대로 자본잠식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결국 아이파크몰은 고척 아이파크 상가 임차인으로 선정됐다. 현산 관계자가 2020년 10월 기자와 통화에서 “아이파크몰의 입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1년 후 입장이 바뀐 것. 아이파크몰 2호점은 12월 오픈을 목표로 내부 인테리어 작업과 입점 업체를 섭외 중이다.
문제는 현산이 구로 뉴스테이 사업에 선정되고 여기에다 상가 임차인까지 자회사인 아이파크몰을 입점시키기 위해 엔터식스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산이 아이파크몰을 상가 임차인으로 선정하면서 당초 엔터식스와 계약을 철회한 이유가 납득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현산이 HUG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산은 엔터식스의 상가 임차인 유치 계획 철회 이유로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 부재, 부채비율 상승, 현금흐름 열위 등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아이파크몰도 당시 해당 조건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파크몰도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이 부재하다. 게다가 자본잠식에서 겨우 벗어난 아이파크몰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1만 5016%에 달한다. 오히려 엔터식스 부채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872%다. 현금흐름 부문 역시 각 사 현금흐름표를 비교한 결과 엔터식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더 우위에 있다.
이에 대해 현산 관계자는 “현산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고척 아이파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상업시설에 대한 개발과 운영 리스크가 고조됐지만 고척 아이파크의 민간사업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상업시설을 직접 임차,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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