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윤 당선인은 “공동 정부라는 것은 함께 훌륭한 사람을 찾아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 누구 사람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안철수 위원장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대선 당시 두 사람이 ‘원 팀’이라며 내세운 국민통합정부에 대한 합의를 보면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 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돼 있다.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장관 인선 과정도 두 사람이 ‘협의 대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위원장은 장관 인선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안 위원장은 4월 12일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밝힌 것이 그런 판단의 근거다.
그렇기 때문에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공동 정권 운영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안 위원장은 13일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만찬에 불참했다. 4월 14일에는 전면 일정을 취소했었다. 그러다가 이날 저녁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강남의 한 횟집에서 전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러면서 갈등의 봉합 가능성이 대두됐는데,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안철수 위원장과의 갈등 봉합이 매우 절실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윤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대국민 약속인 공동 정부를 제대로 꾸려내지 못하면 정권 초반부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안 위원장은 중도적 이미지가 강한 정치인이기에 이런 측면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도 윤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지하지 않을 확률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안 위원장과의 갈등 봉합이 절실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치 변동’을 들 수 있다. 이제 5월 10일부터 윤 당선인은 압도적 여소야대의 상황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고도의 정치적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정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윤 당선인 측은 일단 중도층에게 어필하는 정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보수층이야 좋든 싫든 윤석열 행정부의 중요 지지기반이지만 중도층의 경우엔 스윙보터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만일 윤석열 당선인 측의 이런 전략이 먹힌다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치 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윤 당선인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측면이 바로 안철수 위원장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다. 안 위원장의 중도적 이미지를 정권의 이미지와 오버랩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내의 강경파와 온건파를 구분하게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구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얼핏 보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민주당 내의 온건파의 입지를 축소시킨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 내의 강경파와 온건파를 구분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런 구분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치 변동’의 중요한 기초다. 이런 부분들까지 고려하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 안 위원장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이번 갈등 봉합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물론 그런 갈등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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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