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의 잔혹성을 떠올리게 하는 엄인숙 사건을 조명한다. 엄인숙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10명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중 3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스토리텔러 장진은 "피해자들은 엄 씨에게 화상과 자상을 비롯한 각종 상해는 물론 방화 피해까지 입었다. 인간으로서 상상불가의 범죄였다"고 설명했다.
엄인숙 사건의 수사가 펼쳐지던 당시 성과 나이 외의 신상정보가 비공개돼 지금까지의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엄인숙을 담당한 강남경찰서 오후근 형사는 "다소곳하고 부잣집 딸처럼 고급스러워 보이는 미인형이었다. 탤런트라고 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녀를 직접 만났던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잔혹한 행위에 비해 신뢰감을 주는 타입의 얼굴이었다. 친절한 말투와 자신이 가진 '후광'을 무기로 이용한 범죄자였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겉모습과 달리 허세와 낭비벽이 심했다. 장진은 "판결문에 따르면 엄 씨의 집 전직 파출부가 '꽃게를 먹고 싶으면 반드시 바로 사서 요리해 먹어야 했다. 일류 갑부처럼 돈을 썼다. 일주일에 6일은 외출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쇼핑을 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며 뭐든지 마음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그녀의 면모를 전했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두 명의 남편을 연이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엄인숙. 두 번째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는 임신한 몸으로 지극히 간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게다가 자신이 서울의 유명 여대 유아교육학과 출신이며 사립 유치원에 근무하는 유복한 가정의 딸이라고 태연히 시댁에 거짓말을 했다.
또 두 번째 남편이 사망 전 3200만원 상당의 SUV를 선물할 정도로 공을 들였고 그가 죽자 '영혼 결혼식'까지 올려 모두의 의심을 차단했다. 최귀화는 "남편이 병원에 누워 있는데 간호하면서 자식을 낳겠다고 하고 죽은 남편과 영혼 결혼식까지 한다고 하니 시댁에서는 은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기막혀 했다.
천사의 얼굴 뒤, 악마의 마음을 가졌던 ‘보험 연쇄살인마’ 엄인숙의 비뚤어진 내면을 들여다보는 채널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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