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보다 정교한 디지털 수작업 ‘50대를 30대로’…적잖은 비용 자비 부담이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최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명 ‘뷰티 CG’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드라마나 영화의 후반 작업 과정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포함한 시각효과(VFX) 기술이 자주 활용되지만 뷰티 CG는 그 용어부터 낯설다. 간단히 설명하면 드라마에 출연하는 여배우의 얼굴을 더 젊게,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최신 보정 기술이다. 그동안 여주인공의 외모를 돋보이게 만드는 후반 작업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최근 보다 정교한 기술력을 앞세운 맞춤형 CG가 뜨고 있다.
#50대 여배우의 '동안 외모' 비밀
방송을 앞두고 현재 촬영이 한창인 한 드라마 현장에서는 요즘 뷰티 CG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30대 여배우가 자비를 들여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마다 뷰티 CG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다른 여배우들의 속앓이가 시작됐다. 자신만 얼굴 보정을 하지 않으면 외모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 만약 주인공과 하나의 화면에 얼굴이 같이 나오는 ‘투샷’ 장면이라도 생긴다면 외모 차이가 더 뚜렷해 보일 수 있다는 걱정 탓이다.
사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여배우의 얼굴을 화사하게 보정하는 DI(디지털 색보정‧Digital Intermediate) 기술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널리 쓰이고 있다. 10년 전 한 톱스타 A가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을 때 제작진에게 까다롭게 DI 작업을 주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방송가에서는 “A의 요구 덕분에 드라마 CG 기술이 발전했다”는 농담까지 있다. DI 덕분에 A는 주름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한 피부로 드라마에 등장해 ‘방부제 미모’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A의 성공 이후 드라마 주연 배우들에게 DI 작업은 필수 코스가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쩍 변하지 않는 미모를 과시하는 여배우들이 늘어난 ‘진짜’ 이유다.
최근 뜨는 뷰티 CG는 기존 DI보다 한층 정교한 작업이다. 한 장면, 한 장면 섬세한 손길로 여배우의 얼굴을 보정하는 일종의 디지털 수작업이다. 주름을 없애고 투명한 피부를 연출하는 것은 기본, 얼굴 주변으로 자체 발광 효과까지 준다. 50대에 접어든 스타도 드라마에만 나오면 30대의 얼굴로 돌아간 듯 연출 효과가 탁월하다. 덕분에 CG 혹은 DI처럼 익숙한 용어가 아닌 ‘뷰티 CG’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배우가 원하면 안할 수도 없고…"
뷰티 CG가 처음 시도된 건 4년여 전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고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 B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자신의 출연 장면에 대한 후반 작업을 따로 진행한 게 출발이다. 결과는 대성공. 시청률은 물론이고 B 역시 미모와 연기력을 다 갖췄다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작품의 인기만큼 B의 빛나는 외모가 방송 내내 화제를 뿌렸다.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류 톱스타들도 뷰티 CG를 시도했다. 사실 몸값 높은 톱스타 가운데 뷰티 CG 작업을 하지 않는 연예인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최근 방송하는 드라마 중 주인공의 얼굴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고, 주변 배경은 뿌옇게 처리된 장면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바로 뷰티 CG 효과다.
사실 뷰티 CG가 문제될 건 없다. 젊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다르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얼굴의 미세한 잡티까지 TV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는 ‘초고화질 시대’에 카메라 앞에 나서야 하는 배우들의 고충은 크다. ‘뷰티 CG’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비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뷰티 CG는 때때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비용 때문이다. 뷰티 CG는 드라마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제공하는 후반 작업 서비스에 대부분 해당하지 않는다. 원하는 배우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DI 등은 후반 작업 비용은 드라마 제작비에 포함된 필수 과정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공정을 요구하는 뷰티 CG는 배우가 ‘선택’해야 하는 공정이다. 즉 ‘자비 부담’이라는 뜻이다.
#한 회당 수백만 원, 드라마 통째 5000만 원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 나지만 보통 한 장면당 3만~4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의 경우 한 장면이라도 카메라 위치에 따라 여러 번 얼굴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비용은 적지 않다. 회당 수백만 원을 훌쩍 넘긴다. 업체에 따라 장면, 회당이 아닌 드라마 통째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럴 경우 평균 5000만 원 내외가 든다.
한 매니지먼트사의 대표는 “한 장면당 비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계약하거나 드라마 편당, 혹은 드라마를 통째로 계약하기도 한다”며 “어떤 방식이든 비용은 5000만 원 이상 든다”라고 밝혔다.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소속 배우가 원하면 안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앞서의 대표는 “출연료가 많은 주연 배우라면 여력이 되지만 조연은 사실 비용 부담이 크다”며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매니지먼트사들은 요즘 뷰티 CG 비용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에 더해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고 뷰티 CG를 선호하는 배우들도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뷰티 CG만 전문으로 하는 후반 작업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드물지만 뷰티 CG에 초연한 여배우들도 있다. 올해 초 방송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40대 후반의 여배우 C는 소속사가 뷰티 CG 작업을 권했지만 당당하게 거절해 화제가 됐다.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DI 작업만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뷰티 CG의 유혹을 뿌리쳤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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