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이자 농사’ 론칭 지연되고 발행량만 늘어 대폭락…위메이드 가상자산 시장 한 축 ‘흔들’
클레바는 1월 19일 5만 원대에서 4월 19일 780원까지 하락해 약 65분의 1토막 났다. 또 다른 클레바 투자자 A 씨는 “클레바라는 이름을 말하지 않고 차트만 보여주면 ‘러그풀’ 수준이라고 한다. 불과 3개월 만에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먹튀 코인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러그풀은 양탄자를 잡아 당겨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을 넘어뜨린다는 표현으로 가상자산 먹튀를 이르는 말이다.
2021년 하반기 주식시장 화제의 중심은 위메이드였다. 2021년 8월 약 2만 원대부터 상승 랠리를 시작해 2021년 11월 24만 원까지 질주했다. 이 사이 위메이드가 일대일 무상증자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20배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위메이드 가격이 상승한 배경에는 신규 게임 '미르4'의 글로벌 흥행도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영향도 컸다.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시장 두 축은 위믹스와 클레바다. 위믹스가 게임 코인이라면 클레바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보상 코인이다. 위메이드는 자사가 발행한 위믹스 코인에 게임 100개를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위믹스 가격이 폭등했다. 위믹스 가격이 폭등하자 이를 보유한 위메이드도 덩달아 주식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위메이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은 위믹스뿐만이 아니다. 주목은 덜 받았지만 클레바도 있다. 클레바는 백서에 따르면 ‘레버리지 이자 농사를 위한 랜딩 프로토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랜딩 프로토콜은 쉽게 말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은행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을 빌려가는 사람에게 이자를 받아 예치한 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은행과 다르게 일반적으로 탈중앙화돼 관리된다.
클레바의 방점은 ‘레버리지 이자 농사’에 찍혀 있다. 레버리지 이자 농사도 그 과정을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내가 가진 가상자산에 추가적으로 더 빌려와 예치하는 서비스다. 가상자산을 빌려오면서 지급할 이자보다 예치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자가 크면 더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수익률이 더 커지는 대신 위험도 커진다. 서비스마다 다르지만 레버리지 이자 농사는 내 자산을 담보로 약 3배까지 자산을 빌려와 예치할 수 있다. 이때 내 자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예치된 자산을 강제매매시켜 청산당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5월 19일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한 ‘검은 수요일’에 수십억 원씩 청산 당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클레바는 레버리지 이자 농사를 서비스하면서 일부 이자를 클레바 코인으로 지급한다. 클레바가 매일 뿌려지면서 유통량이 늘어난다. 클레바 토큰 이코노미는 클레바 유통량이 늘어나는 반대급부로, 클레바를 사용하면서 내는 서비스 이용료 일부와 청산당하는 이용자의 청산 수수료 전액 등으로 클레바를 매입해 소각시킨다. 일반적으로 양쪽이 균형을 이루면 가격이 유지되고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가격이 기울어질 것이다.
클레바 가격이 폭락한 배경에는 황당하지만 레버리지 이자 농사 서비스 론칭이 늦어진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1월 28일 출시된 클레바는 백서에 밝힌 목적인 레버리지 이자 농사 서비스를 4월에야 오픈했다. 클레바는 이자 지급 등을 위해 출시 첫 해 매일 11만 5200개가 발행된다. 클레바 주요 목적인 레버리지 이자 농사 등이 오픈되지 않아 소각에 쓸 재원은 없고 매일 11만 5200개가 발행되면서 클레바 가치는 폭락하기 시작한다. 1월 말 약 100만 개 수준이던 클레바 발행량이 4월까지 1000만 개 가까이 되면서다.
4월 1일 뒤늦게 클레바 레버리지 이자 농사 서비스가 오픈되면서 클레바 가격이 1800원 선에서 2700원까지 반짝 급등했다. 하지만 3일 만에 파밍 서비스에서 코딩 오류 등이 발생하면서 서비스가 멈춰버렸다. 클레바는 4월 13일에서야 서비스가 정상 가동됐다. 이 사이 클레바 발행량을 줄여줄 소각의 핵심인 청산도 이뤄지지 않았다.
앞선 투자자 이 씨는 “클레바는 1월 28일에도 600억 원 상당 이자가 과잉 지급됐고 200억 원 자산이 비정상적으로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에서 코드 오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4월에도 기다리던 레버리지 이자 농사 서비스가 출시 3일 만에 코딩 오류로 중단됐다. 신뢰가 생명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심이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자는 “이자 보상 중 일부를 클레바로 받는데 가격이 65분의 1토막 나면서 이자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실질 수익률이 떨어지면 클레바 프로토콜에 예치하기를 꺼리게 돼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클레바는 매일 발행이 계속돼 가격 폭락 악순환 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해결 방안으로 클레바 측은 공지를 통해 ‘소각 메커니즘과 별개로 클레바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으나 제대로 실행된 게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파밍 서비스는 현재 정상 작동 중이다. 앞으로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 이 씨는 “위메이드 측에서 회사 자금을 클레바 풀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월급과 위메이드 주식 배당금으로 위믹스를 구매한 사례처럼 클레바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게임토큰 플랫폼 드레이코나 하이드라를 살리기 위해 팀에서 일정 금액 이상에서 매수한 것처럼 지속적인 코딩 실수 및 장기간 서비스 연기로 망가져 있는 클레바에도 일정 금액 이상 매수가 필요하다. 회사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실천이 있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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