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의 달인이 부모님 댁으로 찾아갑니다.’
일본의 효도대행 업체들이 내건 문구 중 하나다. 고령 인구가 나날이 늘어나면서 기존 가사 도우미 업체에 가세해 청소업체, 이사업체, 편의점 체인, 운수업체, 지자체 등도 나서고 있다. 노부모를 모시는 자식을 고객으로 저마다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 것.
한 청소업체는 화장실과 욕조 등 물이 많아 노인이 미끄러지기 쉬운 곳만 청소한다. 욕실이나 주방 환풍기 찌든 때, 선풍기 등 분해해야 하는 제품만 청소해주는 상품을 내놓은 업체도 있다.
한 가사 도우미 업체는 세탁과 집안 정리 등 계약한 시간이 끝난 후 10분을 덤으로 청소하는 상품을 내놨다. 더 이상의 청소가 필요 없을 때는 간단한 가전제품 수리,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 등을 해준다. 또 한 달 이상 정기적으로 계약을 맺으면, 청소를 하러 올 때 무거운 생수나 음료수, 쌀 등을 대신 구입해 배달한다. 요금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략 시간당 3450엔(약 5만 원)선이다.
한 편의점 체인은 식사배달 서비스로 도시락을 끼니마다 집으로 배달한다. 영양사가 식단을 짜서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치 식단을 미리 공개한다. 노인이 과다 섭취하기 쉬운 나트륨을 제한한 요리가 많다. 가격은 배달비를 포함해 한 끼에 680엔(약 1만 원)이다. 일본 도시락 업체가 가게에서 파는 가격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말 상대 서비스도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집으로 찾아온 잡상인들과 대화하다가 결국 불량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이에 착안했다고 한다. 노인 및 장애인 전문 콜택시 업체가 내놓은 상품이다.
말 상대 서비스는 단순히 노인의 집으로 찾아가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의뢰를 받으면, 직원이 전화해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은 다음 장을 봐서 찾아간다. 직접 요리를 해 상을 차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설거지 등 뒷정리까지 말끔히 해준다. 기본 이용시간이 세 시간으로 요금은 1만 5000엔(약 22만 원)이다.
장 본 음식 재료값은 따로 지불하고, 3시간을 넘기면 15분당 500엔 추가요금을 받는다. 요금이 다소 비싼 편이고 덜 알려져 있어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자식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 아직까지는 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할아버지들이 배우자 사별 후 직접 돈을 내고 이용한다. 배우자가 해주던 집 밥에만 익숙했던 할아버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25회를 이용하면 한 번은 공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 내놓은 전문 여행 상품도 있다. 오카야마현에서는 지역 안에 있는 병원과 온천을 연계한 여행 상품을 내놨다. 노인이 온천여행을 하면서 온천 근처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온천에 들어가기 전 옆 병원에 들러 2시간 동안 건강진단을 받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우편이나 전화로 검사 결과를 통보받는다. 숙박과 식사를 포함해 가격은 2만 9000엔(약 43만 원)이다. 한 앙케트 조사에서 ‘효도가 뭐냐’고 묻자 성인남녀 대다수가 ‘여행을 보내드리고 건강을 챙겨드리는 것’이라 대답한 결과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 주택 시공업체는 아예 노인 집 전문 리폼 공사만 한다. 예를 들어 문턱을 없애거나 집안에 난간을 설치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로 바닥을 까는 등 공사를 한다. 노인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단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인 만큼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나 지자체로부터 나오는 보조금 등을 지원받아 노부모 주택에 리폼 공사를 해주고 싶다는 자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