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동 제한 등으로 응급상황 대체 어려워…“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해야” 목소리
검사 후 문자로 양성 안내 및 격리대상자 통보를 받은 윤희영 씨는 중증 장애인임에도 재택치료를 받았다. 윤 씨는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데, 장애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격리 병원에 있지 않을 뿐더러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의료지원과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어쩔 수 없이 70세가 넘은 어머니와 함께 재택치료를 했고, 어머니도 나를 돌보다 확진 판정을 받으셨다. 나는 어머니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무연고 장애인이라면 어떨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17일 척추 희소 질환으로 중증 장애를 가진 A 씨(48)가 코로나19로 재택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A 씨는 3월 1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집중관리 대상이 되는 60세 이상 고령자, 장기이식 등 면역저하자, 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됐다. 재택 치료 중 증상이 악화됐음에도 남아 있는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했다. 17일 오전 2시쯤 A 씨는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장애인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 과정과 확진 통보, 치료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 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이 없다.
장애유형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코로나 검사부터 쉽지 않다. 행동이 크고 과격하게 나타나 검사가 어려운 경우도 많고 이를 적절히 대처할 인력이 보건소나 일선 병원에는 거의 없다. 그래서 검사를 안 받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는다 해도 현재 우리 정부는 중증장애인 확진자를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대부분 재택 치료를 받는다. 재택 치료라 해도 장애인에게는 정보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약을 내주고 있지만, 혼자 사는 장애인의 경우는 약을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퀵서비스를 이용한다. 그 비용은 자부담이라 장애인 분들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이 같은 어려움은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치명률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받은 ‘월별 코로나19 확진 장애인 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만 3394명이다. 장애인 코로나19 사망자는 같은 기간 500명으로 치명률은 3.7%를 기록했다. 작년 12월보다 0.33%포인트 증가했다. 비장애인 확진자는 지난 1월 말 기준 총 84만 5709명, 사망자는 1420명으로 치명률은 0.16%에 그쳤다. 장애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비장애인보다 23배 정도 더 높은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관계 단체는 치명률이 높은 이유로 정부가 중증장애인 확진자를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취급하는 등 대응 지침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중증장애인이 확진이 되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을 지원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받아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앞의 윤희영 씨는 “의사소통과 이동,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장애인이 코로나19 확진 후 증상이 악화할 경우 스스로 연락을 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장애인은 집중관리군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부터 검사, 확진 후 관리 등을 장애유형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김전승 광주광역시 상임 인권옴부즈맨은 “재난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 언어, 시각, 발달장애인, 뇌병변 등 장애유형에 맞게 정보제공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치료상담센터, PCR 전담 인력 등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전화 상담을 통해 증상관리를 해주고, 진단‧검사를 위한 통원 지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보건소 자체로 해결이 어렵다면 지역사회 장애인 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제안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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