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 윤 당선인과 1997~1998년 성남지청 함께 근무…원희룡 장관 후보자와 접점도
방송은 무사히 마쳤지만 미디어오늘이 “2021년 4월 청와대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 의사를 제작진에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단독 보도하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제작진이)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 출연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유재석 씨가 정치인 출연은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에 tvN 모회사 CJ ENM은 “문 대통령 쪽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다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2021년 4월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남아있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역시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 윤 당선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서울대 법대 동문의 검사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강 대표와 윤 당선인을 연결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서울대 법대 동문 검사 출신 모두를 인연이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연 실제 이들 사이에 어떤 다른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생으로 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강호성 대표는 1964년생으로 1983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법대 4년 선후배 사이다. 사법시험은 강 대표가 1989년(31회) 먼저 합격했고, 윤 당선인은 2년 뒤인 1991년(33회) 합격했다. 이후 강 대표는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윤 당선인은 1994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각각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윤 당선인과 강 대표가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로 발령 받으면서 1998년까지 함께 근무하게 된다. 2021년 11월 대선 대진표 확정 후 처음으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만난 윤 당선인이 “우리 20여 년 전에 성남 법정에서 자주 뵀던 사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 때가 이 시기다.
이후 강 대표는 1998년 9월 검찰을 나와 성남시에서 법률사무소를 개업했고 2000년부터는 법무법인 두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반면 윤 당선인은 1999년 2월 서울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아 특별수사 제2부 주임검사가 되는데 같은 해 바로 한국관광공사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의 거액 뇌물 사건을 담당하는 등 조금씩 특수통 검사로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의 접점도 등장한다. 1998년 9월 16일자 매일경제 ‘개업소식’ 코너에 강호성 대표 등 6명의 변호사 개업 소식이 실렸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부산지검 검사였다가 서울 서초동에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원희룡 장관 후보자다. 이보다 앞서 1998년 8월 20일자 조선일보에는 ‘엘리트검사 3명 IMF로 사표’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는데 이 3명 가운데 2명이 원희룡 후보자와 강호성 대표다.
또한 1999년에는 386 변호사 100여 명이 사이버 공간에 차린 로펌 ‘오세오 월드’가 화제가 됐었다. 조선일보 1999년 8월 9일자 ‘386세대의 또다른 도전 사이버 로펌 떴다’ 기사에는 오세오 월드를 주도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 최용석 변호사를 비롯해 100여 명의 참여 변호사 가운데 5명이 언급됐는데 5명 가운데 2명이 원희룡 후보자와 강호성 대표다. 참고로 원희룡 후보자는 1982년에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수석 입학해 강 대표의 1년 선배이자 윤 당선인의 3년 후배다. 사법시험은 1992년(34회) 수석 합격해 셋 중 가장 늦다.
이후 강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5월 CJ E&M 전략추진실 부사장이 돼 CJ그룹 법무실장 부사장, CJ그룹 법무실장 총괄부사장, CJ주식회사 경영지원 총괄부사장 겸 법무·Compliance 팀장, CJ ENM E&M부문 경영지원 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12월 CJ ENM 대표이사가 된다. 윤 당선인은 잘 알려져 있듯이 검찰에서 특수통 검사로 활동하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거쳐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이처럼 강호성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그리고 원희룡 장관 후보자는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80년대 초중반 학연으로 시작해 1990년대 후반에는 검사와 변호사로 법조계에서 또 한 번의 인연이 이뤄진다. 이는 이들 사이에 ‘인연’이 존재한다는 것일 뿐, 남다른 친분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2000년 이후 20년 넘는 기간 별다른 접점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강호성 대표와 관련 1990년대 신문기사 가운데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1999년 5월 19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요즘 ‘검수완박’ 이슈로 한창 시끄러운데 1999년에도 ‘경찰 수사권 독립’이 꽤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이에 한겨레신문이 현직 경찰 수사과장과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찬반 의견을 듣는 기사를 작성했는데 여기서 강호성 당시 변호사가 등장한다.
이 기사에서 강 대표는 검사를 ‘인권 보장을 위해 수사 절차를 보완하는 장치’라며 경찰 수사권 독립을 근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검사가 경찰보다 똑똑하다거나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조직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당시 강 대표의 입장은 막 검찰을 떠난 변호사 시절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 20년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검수완박 논란에 대해서는 강 대표가 별다른 입장을 밝힌 바 없는데, 사실 현재는 딱히 관련 입장을 밝힐 이유도 없는 기업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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