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드부터 하드까지’ 원고 집필 재촉 서비스…마감 응원하는 신사도 등장 ‘마감부적’ 판매하기도
“마감에 쫓기지 않는 사람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매장 내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니 이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지난 4월 7일 도쿄 고엔지에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마감에 쫓기는 절박한 이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잡지나 서적 집필, 번역 작업, 기획서 작성, 교정 작업과 같은 원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모두가 마감을 앞둔 상황이라서 서로가 자극이 되며, 훨씬 빠른 작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원고 집필에 특화된 만큼, 카페 내 규칙도 색다르다. 일단 이용자는 내점 시 ‘몇 시까지 어느 정도의 분량을 쓰겠다’는 작업 목표를 써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절대로 나갈 수가 없다. 더욱이 이용 중 1시간마다 점장이 작업상황 진척을 물어오는 규칙도 존재한다. 재촉을 당해야 능률이 오르는 타입에게는 그야말로 제격. 태평하게 스마트폰을 볼 여유 따윈 주어지지 않는다.
재촉 정도는 ‘마일드’ ‘노멀’ ‘하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마감 기한에 따라 적절히 고르면 된다. 이용요금은 30분당 150엔(약 1500원). 커피 리필이 포함된 가격으로, 와이파이 시설과 각 자리마다 콘센트 및 USB 급속충전기, 노트북 냉각 스탠드 등 비품도 잘 갖춰져 있다.
현지 매체 ‘소라뉴스’에 의하면 “원고 집필 카페는 특히 트위터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관련 게시물은 리트윗 횟수가 2만 회를 넘어섰고, 4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코멘트 중에는 “다들 마감 중이라 분위기가 살벌할 것 같다”는 의견부터 “마감을 감시당하는 카페라니 발상이 굉장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카페다” 등등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원래 해당 카페는 ‘영상촬영 스튜디오’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인 가와이 다쿠야 씨는 “촬영이 없는 날 스튜디오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궁리하다 ‘공유사무실에 가까운 카페’를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동영상 편집인들에게 특화된 카페를 선보였던 것. 가와이 씨는 “당시 ‘원고 집필 카페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들어와 2탄으로 준비하게 됐다”면서 “생각보다 원고 집필의 저변이 넓고 반향이 큰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애초 작업을 한정하므로, 비슷한 업종의 사람들로 카페가 채워진다. “오픈 첫날 내점한 이들은 카피라이터, 편집자, 번역가, 만화가 등으로 모두 목표를 달성한 후 후련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와이 씨는 “비록 대화는 없었지만 목적을 공유하고 묘한 일체감이 조성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스튜디오 촬영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원고 집필 카페로 운영할 예정이며, 카페 영업일은 공식홈페이지에 수시로 갱신 중이다.
한편, 마감이 고민인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이색 서비스가 있다. 다름 아니라, 마감일을 지켜주는 부적이다. ‘마감부적’을 선보인 곳은 사이타마 현에 있는 ‘무사시노 레이와신사(武蔵野坐令和神社)’. 2020년 일본 대형출판사 ‘가도카와’의 문화복합시설인 사쿠라타운이 개장하면서 함께 탄생한 신사로 알려졌다.
출판과 애니메이션·게임 등이 융합된 복합시설에 위치한 만큼, 확실히 ‘마감’과는 인연이 깊어 보인다. 레이와신사 공식 트위터에는 마감부적에 대한 안내문도 올라와 있다. “모든 일이 무사히 진행되어 기한에 맞추기를 기원하는 부적입니다. 원고 마감의 동반자로 어떠신지요.”
외형은 일반적인 일본신사의 부적과 비슷한데, 마감을 뜻하는 ‘특수기호(〆)’가 수놓아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타임리미트(Time Limit·시간제한)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 한층 마감을 재촉하는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가격은 800엔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000원 정도다.
마감 부적 관련 게시물은 즉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고, SNS(소셜미디어)에서는 호기심 가득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내 크리에이터들에게 국비로 배부해주었으면 한다” “다 같이 사서 좋아하는 만화가에게 보내주자” 등등의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지 매체 ‘FNN프라임’에 따르면 “레이와신사는 크리에이터·아티스트뿐 아니라 콘텐츠를 편집·유통·판매하는 사람들, 아울러 콘텐츠를 즐기는 팬 등 콘텐츠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는 신사”라고 한다. 특히 마감부적은 콘텐츠 업계의 필수인 ‘마감’에 초점을 맞춘 부적으로, 다양한 외적요인에 의해 마감 기일을 어기지 않도록 ‘재난 방지’ 및 ‘자신의 약한 마음을 이겨내자’는 두 가지의 염원이 담겼다.
그렇다면 실제 마감부적의 인기는 어떨까. 신사 관계자는 “일단 디자인이 귀엽다는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트위터를 통해 알게 돼 신사를 직접 방문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덧붙여 “인근 대학 교수가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마감부적을 선물한 사례도 있었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마감부적과 관련해, IT미디어에 글을 기고하는 야마구치 마사히로 씨는 “마감일이 닥칠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보낸다면 어느 정도 심리적인 지원을 해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친구나 지인 등 가까운 사이는 괜찮지만, 납품처나 담당 편집자 등으로부터 마감부적을 받았을 경우 우회적인 의사전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최후통첩일지 모르니 긴장감을 가지고 마감을 잘 지키라”는 조언이다.
참고로 야마구치 씨도 마감에 쫓기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마감부적을 9개월 전에 입수했다는 것. 그는 “부적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일지 모르나, 아직까지 큰 효과는 얻지 못했다”고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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