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으로 꽃이 만발하는 시기 봄이 왔다. 하지만 그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만개한 꽃들은 금세 지고 말아 사계절 중 가장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꽃 피기 시작하면 산에서 강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산물들도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얼어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맛있는 밥상과 함께 짧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봄나들이를 떠나본다.
봄이면 마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다는 산수유나무. 전국 산수유나무의 70%가 모여있다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농법이 있다. 발연법이 바로 그것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에 자주 연기를 피워 냉해 피해를 막았다는 이 농법은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도 지정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돈나무, 대학나무로 불릴 만큼 한 그루, 한 그루가 중요했던 산수유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딱딱한 껍질 속에 씨를 품고 있는 산수유 열매는 마을 사람들에게 커다란 일거리가 되기도 했다. 기계 하나 없던 시절에는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방에 둥글게 모여앉아 이로 열매를 깨서 씨를 발라냈단다.
그래서인지 산동면 사람들은 늘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고 이가 닳아있었다고 한다. 산수유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은 것도 약효가 있었던 터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에게 산수유 열매와 소고기를 함께 삶은 '산수유수육'을 먹여주면 병이 씻은 듯 나았단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시기에 들에서는 쑥도 함께 났다. 먹을 게 없던 시절 이 쑥을 캐 밀가루와 함께 조물조물 버무리면 봄의 맛 '쑥버무리'가 완성된다.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단 하루 즐길 수 있었던 화전놀이에는 '산수유막걸리'와 '산수유화전'이 동행했다.
그중 별미는 바로 '미나리오징어무침. 내륙 특성상 바다에서 나온 산물을 맛볼 수 없었던 그 옛날 화전놀이를 하는 이날 하루만큼은 여수에서 오징어를 공수해와 봄 미나리와 함께 무쳐냈다. 얼마나 그 맛이 시름을 잊게 했던지 매년 화전놀이에 '미나리오징어무침'은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이 되었다.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깃들어있는 산수유 전통농업과 함께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 사람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지심도 마음을 담은 동백꽃과 반대잡이, 낙화담 들꽃 밥상, 벚꽃과 함께 시작되는 하동 재첩잡이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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