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킹해 직원 대상 사기, 피해자 65.5%가 18~35세…공안, ‘신속 계좌 동결’ 조치 ‘영혼사기 방지 8문’ 배포 대대적 단속
베이징에 거주하는 유 아무개 씨는 얼마 전 회사 인사팀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니 안내해준 링크로 접속해 기본적인 신상명세, 카드번호, 은행 인증번호 등을 기록하라는 내용이었다.
유 씨는 지난해 9월에도 이런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엔 조금 석연치 않아 회사 인사팀에 확인을 했다. 그 결과 인사팀이 보낸 이메일이 맞았다. 이메일은 보낸 인사팀 직원은 “수당이 제때 입금될 수 있도록 꼼꼼히 작성해 달라”는 말까지 했다. 유 씨는 이번엔 별다른 의심 없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링크로 들어가 수당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입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계좌에서 1만 3000위안(250만 원가량)이 인출됐다는 것이었다.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이 한순간 사라졌다.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유 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한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 단체 채팅방엔 인사팀 알림이 올라왔다. 기업 이메일이 해킹으로 도난당했으니 절대 링크를 열어보지 말라는 지침이었다.
중국 공안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식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물류정보를 불법으로 구입한 뒤 택배업체를 빙자해 ‘택배 운송허가 발급이 거부당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 돈을 뜯어낸 일당도 검거됐다.
젊은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 장비와 인터넷 활용이 서투른 노년층이 타깃일 뿐, 자신들은 ‘사기극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은 “부모님에게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고 자주 말한다. 젊은 사람들에게야 그런 뻔한 수법이 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국가사기방지센터가 발표한 2021년 전기통신망 사기 피해자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하가 2%, 18~35세가 65.5%, 36~59세가 31.3%, 60세 이상이 1.4%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은 전기통신망 사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놀랍게도 인터넷을 가장 잘 안다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속았다.
공안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젊은 층은 인터넷을 오래 쓴 만큼 정보가 많다. 우리는 이들을 ‘인터넷 나체’라고 부른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돈을 가로채기 위해 ‘맞춤형 시나리오’를 짠다. 피해자의 정보, 생활 속 행동, 습관 등까지 분석한다. 일당들은 철저하게 분업 시스템이다. 우리가 보기에 보이스피싱 일당이 작정하고 덤비면 젊은 사람 속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공안국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이른바 ‘취업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젊은이들이 가장 쉽게 속는 보이스피싱이 취업 관련이었다. 경제력은 부족한데, 지출이 많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취업 피싱’의 덫은 너무나 달콤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이들 역시 ‘설마 사기꾼이 날 속일 수 있겠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이나 휴대전화 등에서 돈을 요구할 땐 끝까지 의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과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과거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애매할 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곤경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면서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다스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안은 지난 몇 년간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한 엄격한 조치를 실시해왔다. 그중 하나가 신속정지 동결 체제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고 신고하면 은행이 즉시 계좌를 닫아버리는 시스템이다. 공안은 이 조치로 인해 2021년 150만 명의 피해자가 구제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액수로 따지만 3290억 위안(63조)에 달한다.
공안은 또 ‘영혼사기 방지 8문’이라는 보이스피싱 예방 수칙을 배포했다. 휴대전화엔 의무적으로 이를 첨부하도록 했다. 공안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접속 전 이를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보이스피싱 앞엔 ‘면역’이 없다. 한 번 당해도 또 당한다. 또 속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누구라도 당한다. 일상에서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 처리하기 힘든 문제가 생기면 즉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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