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인터뷰 다 거짓말” “11년 만에 아이 낳은 이유는…” 솔직한 화법으로 개인사 풀어내
한가인이 ‘총기’와 ‘광기’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데뷔 초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 예능에 출연하고부터 새롭게 얻은 평가는 다름 아닌 ‘광기’라는 표현이다. 크고 깊은 눈동자에서 뜻밖의 광기를 내뿜으면서 시원하게 속내를 풀어내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유튜버 재재가 붙인 별칭이다.
오랫동안 꽁꽁 감춰뒀던 진짜 모습을 마치 봉인 해제하는 듯한 한가인의 활약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데뷔 후 첫 고정 출연 중인 SBS 예능 ‘써클하우스’에서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사연에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남편인 배우 연정훈이 출연하는 KBS 2TV 예능 ‘1박2일’에 동참해서는 부부의 현실 생활을 가감 없이 꺼낸다. 삶에 대한 분명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예능 제작진이 탐낼 만한 ‘뉴 아이콘’이 탄생했다.
#‘이미지 관리’는 옛말, ‘입담’ 폭발
“남편이 늦게까지 자면 너무 꼴 보기 싫어요. ‘해가 떴는데 왜 계속 자는 거야?’ 싶다니까요. 필요 이상으로 자니까. 신생아도 그렇게는 안 자는데!”
한가인이 최근 스페셜 DJ를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남편 연정훈이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다”면서 꺼낸 이야기다. “다시 돌아간다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좋은 것 같다”라거나, “잠자리 때문에 연정훈과 파혼할 뻔했다”는 과거사도 서슴없이 풀어낸다. 솔직하고 시원한 화법을 구사하면서 짓는 다채로운 표정도 압권. 현실적인 생활인이자 아내, 엄마로서의 일상을 풀어내면서 대중의 호감을 얻는다.
한가인은 요즘 ‘연반인’으로 불렸다. 연예인이지만 일반인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한가인의 이력은 남다르다. 2002년 스타 등용문으로 통한 박카스 CF와 아시아나항공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불과 3년 뒤 스물네 살에 돌연 결혼했다. 한창 주가가 급상승하는 스타의 이른 결혼이었다. 이후 작품 활동은 줄어들었다. 결혼하고 16년 동안 출연한 작품이 드라마 6편, 영화 1편에 불과하다. 1년에 한두 편씩 빠르게 출연작을 쌓아가는 여느 배우들과 차이가 뚜렷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연예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심지어 담당 매니저까지도 한가인을 두고 “연반인이세요”라고 말할 지경이 됐다. 이러다 보니 대중의 관심 밖으로 점차 밀려난 것도 사실. 게다가 2018년 출연한 드라마 ‘미스트리스’를 끝으로 공백 기간만 4년이나 됐다.
그랬던 한가인이 ‘변신’을 선언한 무대는 뜻밖에도 예능이다. ‘써클하우스’ 방송 직전 출연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은 달라진 한가인을 선언하는 신호탄이었다. 심지어 한가인 출연분의 제목이 ‘여러분 한가인 씨 도라이인 거 아셨어요?’일 정도다.
여기서 한가인은 “어릴 때 인터뷰는 다 시킨 대로 말한 거짓말”이라며 “거짓말이라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청률 42%에 빛나는 화제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두고는 “촬영 당시 이해되지 않는 게 많아서 속으로 늘 ‘답답~허네’를 달고 다녔다”고 폭로했다. 극 중 왕과 궁녀의 애틋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지금도 기억하는 팬들에겐 일종의 ‘감성 파괴’였다.
유쾌하고 통쾌한 화법과 반전 매력 덕분에 한가인 출연 분의 조회수는 546만 회를 돌파했다. ‘문명특급’ 사상 역대 최다 기록이다.
뒤이어 시작한 SBS ‘써클하우스’는 새로운 한가인을 만든 무대다. 이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중심으로 한가인과 가수 이승기, 개그맨 노홍철이 진행을 맡아 이 시대 청춘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진행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중과 직접 소통한 경험이 거의 없는 한가인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는 예상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작정한 듯 자신의 유년기부터 결혼을 결심한 이유부터 11년 동안 아이를 갖지 않은 속내까지 그동안 대중이 궁금해 했던 개인사를 진솔하면서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공감 능력 갖춘 사람
뛰어난 공감 능력은 한가인을 더욱 빛나게 한다. 각양각색 사연과 고민을 지닌 참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어떤 문제를 대하든지 주관이 뚜렷한 가치관도 보여준다.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낸다. 왜 스물넷이라는 어린 나이에 서둘러 결혼을 했는지, 11년간 아이를 낳지 않아 따라붙었던 ‘불임설’과 ‘이혼설’까지 불편할 수 있는 개인의 사정도 진솔하게 꺼낸다. 이는 그간 대중이 궁금해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가인은 유년기 아버지의 부재 탓에 “화목한 가정의 따스한 남자를 만나 정상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유년기의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아이를 늦게 낳은 데도 이유가 있었다. 결혼하고 11년 만인 2016년 첫 딸을 낳았고, 2019년 둘째 아들을 얻었다. 한가인은 “너무 어리고, 아직 나조차 성장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연정훈도 이에 동의해 아이를 갖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포털사이트에 한가인이라는 이름을 치면 ‘한가인 불임’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붙었다. 그 과정을 오롯이 보낸 한가인은 “결혼하고 꼭 다음 과정이 임신이 아닌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온전히 내 선택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었고 이목을 신경 쓰면서 갖기는 싫었다”고 했다. 이처럼 주관이 뚜렷한 삶의 태도는 특히 여성 팬을 사로잡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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