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중 한 명인 현정 씨. 그러던 와중 유독 눈에 띄는 구직 공고를 발견했다.
그들은 20대 후반 젊은 부부로 장기적으로 가족같이 일 할 곳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구직은 현정 씨에게 끝없는 어둠 속에 비친 한줄기 빛이었다.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내려와 일하겠다는 부부. 새로운 직원을 급히 찾던 현정 씨는 바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김현정 씨 부부는 "고생하고 삶에 찌든 어린 애들인 줄 알았어요, 행색이나 말하는 것도 불쌍하고, 아이도 있는데 위탁가정에 있고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불쌍하더라고"라고 말했다.
부부는 배달기사부터 식당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경력이 많다며 성실히 일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수더분한 인상과 자식 같은 나이에 열심히 사는 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는 현정 씨.
그 자리에서 부부를 채용한 현정씨는 그날 인근 빌라에 숙소를 마련해주고 살뜰히 챙겨줬다고 한다. 심지어 당장 쓸 돈이 없다는 부부에게 미리 생활비 40만 원을 쥐여 줬다.
하지만 현정 씨에게 돌아온 것은 성실히 일하는 부부가 아닌 신기루처럼 사라진 부부였다.
부부는 "와이프 전입신고만 빨리하고 출근하겠습니다"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피치 못 할 사정이 생겼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만 남겼다.
이틀째 되던 날 몇 시간 전만 해도 출근하겠다던 부부가 돌연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부부가 떠난 빌라에는 생필품과 주문한 택배가 남아있었고 전입신고까지 한 상태라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부터 앞섰다는 현정 씨.
하지만 문자를 받은 그날 저녁 한 구인구직 커뮤니티에 일을 구한다는 부부의 구직 글이 올라왔다. 이력서에 적힌 전 직장 마트에서도 생활비를 받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부부.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에 구직 글을 올리고 있다는데 이들은 왜, 전국을 옮겨 다니며 야반도주를 일삼고 있는 것인지 사장님들의 믿음을 깨버리고 도망치는 스물일곱 살 젊은 부부의 행적을 취재해 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아파트 무법자가 된 할아버지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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