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무려 백 년 세월을 간직한 한옥이 있다. 소란스럽지 않을 것 같은 이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전 풍경이 펼쳐진다. 마당에서부터 지붕, 나무 위, 장소를 불문하고 활보하는 고양이들 때문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 집에 들어와 가족이 된 아이들이다.
고양이는 모두 여덟 마리. 녀석들을 친구삼아 한옥을 지키는 건 고희정 씨(59)다.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오로지 고양이들만 바라보는 게 일상이다 보니 집안 곳곳에는 그녀의 고양이 사랑이 가득하다.
방 하나를 통째로 '고양이 전용 방'으로 만들어 소품들로 꽉 채우는가 하면 마당의 오래된 살구나무는 녀석들의 캣타워가 된 지 오래다. 마치 고양이집에 사람이 얹혀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양이 한옥'이 다 됐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녀석들의 물건을 만드는 게 취미라는데 그중 대표작은 고가구를 활용한 고양이 집 옷장, 뒤주와 같은 가구를 구해다가 고양이 습성과 취향에 맞춰 리폼하면 세상 하나 뿐인 '고양이 가구'가 탄생한다.
희정 씨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한때 군기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쌩쌩했는데 구내염을 앓은 뒤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곰돌이'다. 그리고 올해로 20살이 된 장수묘 '한강이'다. 특히 희정 씨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온 한강이는 20년 전 한강 다리 밑에서 발견하고 서울살이 때부터 함께 해 온 오래된 가족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건 반려동물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젠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지난해 가을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희정 씨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한강이가 또다시 심상치 않다. 혹시 희정 씨와 한강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가평에서 만난 묘(猫)한 인연, 희정 씨와 여덟 마리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단짝 이야기를 함께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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