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미각’ 이용해 나트륨 이온 강화…염분 섭취 줄이면서 식사 만족도 높일 수 있어
스마트 젓가락은 음식이 닿는 부분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 손목에 착용하는 소형 장치와 젓가락이 가느다란 전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손목 장치에서 젓가락으로 미세한 전류가 흘러 짠맛의 근원인 나트륨 이온을 강화해주는 원리다.
기린홀딩스와 메이지대학 연구진은 2019년부터 이러한 ‘전기미각’의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요컨대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미세한 전류를 사용해 짠맛과 감칠맛 이온을 조절하고, 음식 맛을 진하게 혹은 연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향후 젓가락이나 숟가락, 밥공기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식기에 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인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10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일일 나트륨 섭취량(소금 5g)보다 2배나 많은 수치다. 기린홀딩스 측은 “전기미각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염분 섭취를 줄이려면 좋아하는 음식을 끊고 싱겁게 먹어야 했지만, 전기미각을 활용하면 고통 없이 식생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시도가 젓가락형 디바이스로, 디자인 수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젓가락을 개발한 메이지대학의 미야시타 호메이 교수는 그동안 미각과 기술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예를 들어 2016년에는 미각을 증폭시키는 전기포크를 개발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화면으로 음식의 맛을 볼 수 있는 TV 프로젝트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TTTV(Taste TV·맛보기 TV)’다. TTTV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각각 다른 맛을 내는 열 개의 통을 화면 위쪽에 설치하고, 마치 컬러프린터의 카트리지가 색을 조합하듯 시청자가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TTTV 시연회에서 메이지대학의 한 학생은 초콜릿이 나오는 화면을 향해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주문에 따라 TV 화면상 위생필름에 시료가 분출됐으며, 혀로 맛을 본 학생은 “밀크초콜릿처럼 달콤한 맛”이라고 전했다. 당시 미야시타 교수는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미야시타 교수의 TTTV로 다중감각적 TV 시청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TTTV에 이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젓가락을 발명해 인터넷에서 다시 한 번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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