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투표로 선출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쓰는 사람은 과연 누가 어떻게 뽑는 것일까.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대선의 승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정을 이끌어갈 내각을 꾸리는 일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선 만큼이나 중요한 시기가 대선 직후 내각 발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쓰는 사람은 대통령이 뽑는다.’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대통령 인사권 행사 범위는 놀랍게도 딱히 정해진 규정은 없다. 영향력이 미치는 정도로 따지만 1만 8000개 이상의 자리가 범위 안에 있다. 이 모두를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순 없으므로 일부는 총리나 장관 등에게 위임한다. 이 경우에도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헌법을 비롯한 법률에 명시된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인사권은 총리와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개, 헌법재판소 재판관 3개, 중앙선관위원 3개, 행정부 장․차관 등 정무직 140 안팎, 공공기관 임원 150여개를 합쳐 300개 정도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내가 잡은 권력, 내 맘대로 쓴다(내권내맘)’ 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여기에도 당연히 시스템이 있다. 인사수요가 발생하면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나 비공식 존안자료, 혹은 정권 주변추천에 의해 인재를 발굴한다.
후보군이 추려지면 이를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넘겨 인사검증을 한 뒤,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인사협의체 의결사항을 대통령이 재가한 뒤 공식 임명 절차를 밟는다.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선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만큼 이 시스템에도 약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기업의 인사 기본은 업무 능력을 따지는 것이지만 대통령 인사는 다르다. 인사 대상 개인 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려면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출신 지역과 학교 균형은 물론이고 정치 성향, 성장 배경, 조직 내부 평판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 소회계층 배려도 필요하다. 통치권 차원에선 후계 그룹 육성을 위해 정권 연장에 필요한 인물을 찾아내 경력 관리도 시켜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정치공학적 종합예술에 가까운 사람 쓰기라 할 수 있다.
대통령 인사 시스템이 엄존함에도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또는 주요 직위들의 개각이 발표될 때마다 검증 과정에서는 시끄러운 잡음이 발생한다. 심지어 국론이 분열되거나 인사 게이트로 비화하여 정권이 흔들리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권 실세들의 정실 인사,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인사 정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비선 실세 등 비 시스템적 인사가 정상적인 시스템 구동에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서 가장 분명한 전제가 되어야 할 시스템적 인사가 정권 실세에 의한 비시스템적 인사로 채워지는 현상을 포착하여 ‘시스템과 실세 간 대결의 장’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총탄 없는 인사 전쟁의 민낯을 정권별로 하나하나 분석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람 쓰기’는 5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대통령 인사 시스템의 도입과 작동 원리 및 변천 과정을 기술했다. 2부에서는 역대 정부의 인사 특징 및 주요 사건들과 함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권 실세들의 인사 헤게모니 쟁탈전 비화를 다루었다.
3부에서는 인사 시스템을 허물고 국정을 흔들어 정권 실패를 야기하는 요인들을 5가지로 정리했다. 4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하며 기존 대통령 인사 시스템에 변화를 예고하였는데, 어떤 유형의 인물들이 새 정부의 주역이 될 지를 짚었다. 5부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가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10가지로 정리했다.
지은이 송국건은 누구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은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영남일보 복간공채 1기로 입사해 서울지사 정치부에서만 줄곧 근무했다. 국회와 보수, 진보 정당을 두루 출입했다. SBS와 KBS 라디오 등 많은 시사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출연했다.
청와대는 노부태 정부 시기 간간이 취재 지원을 나간 것을 시작으로 김영삼 정부 때 8개월, 김대중 정부 때 3년 6개월, 노무현 정부 때 4년가량을 출입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마다 권력 심장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