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소에서 정몽준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도와줄 준비가 돼 있지만 “그분들도 그런진 모르겠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정몽준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로는 처음 여성 대 여성 후보(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vs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민주당이 투표를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25.7%, 215만 7000명이 투표를 해주시지 않았나. 이 숫자는 오세훈 전 시장을 찍은 수보다 많은 것이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홍준표 대표 등 당내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정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를 처음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지원했는데, 서울시장 후보로서 나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나 후보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에서 나 후보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 점심이든 저녁 식사이든 나 후보하고 같이 하면 다들 좋아하는 것 같다. 언론계에서도 그런 것 같고. 공부도 많이 했고, 여러 면에서 좋게 본다.
―일각에서는 나 후보에 대해 ‘서울시장감’이 아니라는 우려로 반대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런 말씀 하는 분들을 보면 잘 이해가 안 된다. 나 후보는 좋은 학교에서 법률공부를 했고 어렵다고 하는 사법시험도 치렀다. 나 후보에 대해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을 하는데, 그건 흠 잡을 데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나 후보가 TV 토론회에 나가서 하는 거 보면 논리적으로도 잘하는 것 같다.
정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가 ‘외모’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는 “(나 후보가) 처음 근무한 데가 부산이었다고 하는데 법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법원이 아니고 방송국 아니냐’고 그러더란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군이 없다는 지적 하에, 친박계 일각에서 정몽준 전 대표를 향해 출마 요구를 하기도 했었다.
▲친박이라면 보통 나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더러 서울시장에 나가라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친박 중에 사람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웃음). 내가 서울시장 안 나간다고 했지만 서울시장이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행정경험에 대한 욕심이 나라고 왜 없겠나. 하지만 당내에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나까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박 전 대표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실 것으로 본다. 서울시장 선거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내년 선거(총선)를 앞둔 일종의 테스트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당원들에게 부탁을 해야 할 상황인데… 본인이 잘하실 거라 믿는다.
“박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을 직접 건넬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정 전 대표는 “말 잘못했다가 혼나려구… 왜 자꾸 시비를 거느냐”라며 웃음을 보였다. 또 그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 “정책이라는 것은 하나의 프로세스(과정)다. 누구 한 명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되는 게 아니라 상황 변화에 계속 맞추어가는 과정 아닌가. 필요하다면 당헌·당규도 고쳐야 하는데 예전에 해놓은 것을 무조건 고치면 안 돼, 이런 식은 너무 답답한 이야기다. 물론 가볍게 해선 안 되겠지만 절차를 밟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헌법 개정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신드롬’이 정국을 크게 뒤흔든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나라당에 대한 평가다.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안 원장이 그 역할을 해준 것 아닌가.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당에 왜 안철수 원장이나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한나라당이라는 조직의 구성과 기능을 총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얼마 안 되는 어떤 분이 나한테 화를 내며 “내가 한나라당에 여러 가지로 기여할 게 있는데 당에서 통 불러주지 않아 기회가 없다. 무슨 정당이 이러느냐”고 하더라.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나라당의 제일 큰 문제는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당내 갈등을 겪다보니 굉장히 폐쇄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집안싸움을 하다보면 조직이 경직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집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대화를 편하게 하지 못하게 되고, 특히 국민들을 향한 대화는 더욱 못하게 된 것이다. 그걸 잘했다면 우리도 ‘청춘콘서트’와 같은 행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분위기인데, 안 원장에 대해 어떻게 평하나.
▲안 원장이 국회에서 강연하는 걸 들어봤더니 좋은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그런데 결론 즈음에 가서 우리나라 벤처업계에 사기꾼이 많다면서 이 사기꾼들을 다 사형시켜야 한다고 그러더라. 우리가 술 먹고 사석에서 ‘그놈 참 나쁜 놈이다’ 이런 말은 하지만, 강연 자리에서 사형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마음속에 무언가 상당한 분노가 담겨 있는 듯 느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분노가 많았던 분 아닌가. 분노는 중요한 에너지이지만 정치인이 분노를 갖고 일하는 것은 말려야 할 일이다. 본인이 그런 부분을 잘 정화시키면 앞으로 좋은 정치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안철수 현상’과 ‘박근혜 대세론’이 비슷한 점이 있다”는 추가설명을 내놓았다. “안 원장도 분노를 가지고 대기업과 한나라당을 비판하지 않나. 정부 여당과 대기업, 즉 우리나라의 힘 있는 기관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속이 시원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한나라당에 대해 중요 사안마다 반대 의견을 많이 냈었다. 그래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 중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이건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 후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우린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직자로서의 가장 큰 덕목은 ‘감수성’이라고 한다. 돈을 받아도 되는지 아닌지 그것을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미 내년 선거 분위기로 휩쓸려가고 있는 상황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으로 남북정상회담 등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전에 북한 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핵무장한 북한과 우리의 평화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무력도발이 언제든 또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남북 비핵화 합의 이후 철수된 전술핵무기 재도입을 주장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진정한 남북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우리를 두려워하면서 존경하도록 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전술핵무기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북의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는지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건 단순히 지나가는 얘기로 찬성, 반대를 언급할 것이 아닌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자서전에서 ‘친이도 친박도 되고 싶지 않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당내 계파의 도움 없이 대선 주자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현실적 지적도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바람직하지도 않고 되기도 어렵다고 본다. 본인이 한나라당 대표를 했던 분인데 한나라당 전체를 아우를 생각을 해야 한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이 당내에서 일정한 세력이 있는 분들하고만 대화를 하고 다른 의원들과는 악수도 잘 안하고 그러면 안 된다. 나하고는 악수를 잘하지만 다른 의원들과도 악수를 잘하고 그러셨으면 한다(웃음).
―김문수 경기지사와는 한때 ‘연대론’이 나오기도 했는데, 차기 대선에서 협력관계를 이어갈 계획인가.
▲김문수 지사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을 했던 전력에 대해 나중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는데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다. 김 지사가 혹시 잘 되면 나는 김 지사를 도와줄 생각도 있다.
장시간의 인터뷰였음에도 정몽준 전 대표는 지치지 않는 기색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6선의 노련한 정치인임에도 ‘노련해 보이지’ 않는 소탈한 말투에선 인간적인 친근감이 다가오기도 했다. 앞서의 질문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적극 도울 것이냐”고 덧붙여 물었더니 “그래도 도와야겠죠. 전 다른 분들이 되더라도 열심히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분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여자 연예인과 소문 무성 “아내가 그들한테 미안하대요”
1. 장기기증 서약하게 된 사연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정몽준 전 대표에게 큰 선물을 안긴 해다. 월드컵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큰 입지를 다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늦둥이 막내아들 ‘예선’을 얻게 된 것. 셋째 딸인 ‘선이’와는 열 살 터울이다. 그는 “선자 돌림이어서 ‘예절 예(禮)’자를 써서 예선이라고 지었는데, 우리 집사람은 ‘예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더라구요”라며 웃었다.
정치인의 아내로서 고단한 점이 많을 부인 김영명 여사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했더니 정 전 대표는 “국회의원 하면 부인이 고생한다고 하는데, 내 대신 참석해야 할 자리에도 가야 하고 경로당 봉사활동도 다니고 그러는 거 보면 그 말이 실감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정몽준 전 대표가 여자 연예인들과의 소문에 시달린 적도 있기에 아내 입장에서 맘고생도 적지 않았을 터. 정 전 대표는 그런 소문 때문에 난감하고 불쾌한 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자서전에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 집사람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 연예인들한테 오히려 더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3. 홍준표 대표의 눈썹 문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근 눈썹 문신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홍 대표는 “눈썹 숱이 적어져서 고민을 하던 끝에 문신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데…홍 대표가 그걸 하더니 상당히 멋있어졌던데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기자가 “너무 진하게 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럼 좀 빼라고 할게요”라며 웃으며 답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