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가구업체 인수했지만 시너지효과 ‘글쎄’…“온라인 시대 준비 게을리한 듯” 시선
버킷플레이스는 2014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1176억 원, 영업손실 38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을 거두기는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오늘의집 상품판매액 추이에 의미를 두고 있다. 2019년 이후 판매액이 매년 두 배가량 늘어 이제는 월 단위 국내 가구 판매 점유율이 6~7%에 이른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버킷플레이스가 2025년에 상품판매액 5조 원, 영업이익 156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버킷플레이스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2025년 안에 기업공개(IPO·상장)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5년 목표 시가총액은 4조 8925억 원이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기존 대형 가구 업체의 존재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중심의 가구 업체를 인수한 백화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대형 가구업체들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는 최근 몇 년간 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가구 업체 현대리바트를 500억 원에 인수해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 현대리바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3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건자재 업체 한화L&C(현 현대L&C)도 인수했다. 현대L&C는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현대백화점도 큰 효과를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대리바트의 시가총액은 2015년 7월 한때 1조 5000억 원을 웃돌았다. 당시만 해도 현대백화점의 리빙·인테리어 강화 전략에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실패한 딜은 아니었다’는 정도의 평가다.
다른 백화점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2018년 인수한 신세계까사(까사미아)나 롯데그룹이 지난해 투자한 한샘은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신세계까사는 2018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까사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이로 인해 백화점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그림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신세계까사는 매장을 확장하면서 매출이 상승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폭발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라는 평가다. 급기야 신세계까사는 최근 20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세계까사는 자금 조달 이후 매장 확대와 온라인화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의 한샘 투자도 아직 속단은 어렵지만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고,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한샘 인수 가격이 주당 22만 2100원인데 현 주가는 7만 원대로 떨어져 아무래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당분간 비용 관리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롯데그룹과의 협업을 논의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출점 전략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긴 하겠지만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듯 구매와 판관비 등에 대한 비용 절감이 동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샘 관계자는 “우리도 플랫폼화가 중요한 목표”라며 “설계와 상담 등의 부분에서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이 꽤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투자 대폭 늘리는 현대백화점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시장에 수많은 경쟁사가 난립하고, 유행도 급변해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샘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3~4%에 그치고 있다. 반면 버킷플레이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킷플레이스에 투자한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오늘의집은 남의 집 인테리어를 감상한다는 콘텐츠적 요소가 풍부하고 오픈된 시장이라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한샘과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모두 오프라인 출점 중심으로 대응했던 것이 독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샘도 과거 버킷플레이스 투자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오늘의집은 이번이 6번째 투자 유치로 과거 한샘에도 투자 제안을 넣었던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시기에 한샘 최대주주는 매각 생각에만 빠져 있었고, 다른 경영진들도 온라인 시대 준비를 게을리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롯데, 신세계와 달리 현대백화점이 인테리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8947억 원을 투자해 침대 매트리스업체 지누스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7000억 원을 외부 차입했다. 현대백화점의 기업 문화를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를 놓고 생활 문화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고 지누스가 중저가 매트리스 업체라는 점 때문에 기존 백화점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의 해외망을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지누스 자체적으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국내 유통 중심의 백화점 사업 영역을 온라인과 글로벌 분야로 확장하고, 산업 성숙기 국면인 백화점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누스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며 “현대백화점그룹 내 리빙 부문과의 사업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아 그룹의 사업 방향성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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