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공무원들도 퇴직 후 승승장구 “일종의 품앗이”…이 후보자 측 “관련 규정 준수, 국가 발전에 기여”
이창양 후보자는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86년 4월 산자부 전신인 상공부에 입사했다. 7년 4개월간 사무관으로 근무한 뒤 1993년 7월부터 1995년 6월까지 미국 하버드대학교 석사 과정을 위해 2년의 국외 훈련 유학길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복직과 유학 휴직을 반복하며 총 3년 4개월의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 후보자는 국외훈련이 끝난 직후인 1995년 6월부터 4개월간 하버드대 박사 1학기 과정을 위한 유학 휴직을 이어갔다. 박사 1학기를 마친 후인 1995년 10월부터 1998년 8월까지 공직으로 복직했으나, 1998년 8월부터 1년간 남은 박사 과정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이 후보자는 1999년 7월 하버드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산자부로 복직했으나, 5개월 만인 같은해 12월 퇴직해 카이스트로 이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24일 “공무원 시절 국비 유학으로 학위를 취득한 뒤 5개월 만에 퇴직하며 제도를 의도적으로 악용했다”며 “국비유학으로 스펙을 올린 후 ‘꼼수 이직’하며 사익 추구를 한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의 국비유학 시작 시점부터 계산한 산자부 근무 기간이 유학 기간보다 짧은 3년 3개월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자가 1999년 카이스트 교수 임용 지원 당시 산자부 동료들이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임용 지원서에 지인 3명의 추천서를 함께 제출했다.
그중 두 명은 각각 당시 산자부 통상무역실장 조 아무개 씨와 산업기술국장 김 아무개 씨다. 조 씨와 김 씨는 이 후보자의 직장 선배다. 조 씨는 2006년 산자부를 나와 대형 로펌 상임고문·저축은행 사외이사 등을 거쳤고 2012년 한 공기업 수장에 올랐다. 김 씨 역시 2007년 산자부를 퇴사해 대기업 대표이사직을 지냈다. 조 씨가 2017년 12월 대표를 맡았던 공기업 대표직에서 물러나자 김 씨가 2018년 4월 그 뒤를 잇기도 했다.
조 씨는 추천서에서 이 후보자를 두고 “이창양 과장과 지난 14년여 동안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다”며 “1996년 중소기업청을 설립할 때 핵심요원으로 참여하면서 부내에 당시 기술품질국을 신설하고, 벤처기업 육성의 기본틀을 마련한 것은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며 추천했다.
조 씨는 “본인이 판단하기로는 공직에서도 대성할 수 있는 출중한 재목이자 산자부를 이끌어 나갈 선두주자인 이 과장이 학문의 세계로 떠나기로 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지만, 이 과장의 경력과 자질을 볼 때 학문의 세계에서도 더 큰 업적을 남길 것을 확신한다”고 썼다.
김 씨 역시 추천서에 “행정부로서는 큰 손실임을 알면서도 훌륭한 학자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그를 적극 추천 드린다”며 “여러 주요부서에서 이창양 과장은 많은 정책 경험과 능력을 쌓아왔다. 그는 직장의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으며, 산업 조직, 기술혁신, 기술경영 부문의 연구에 누구보다도 적합한 경험과 자질을 겸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김 씨는 “수개월간 이 과장과 기술정책방향에 대한 많은 토론을 하였으며 그 결과 ‘산업기술개발5개년계획’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이 후보를 소개했다. 이 후보자가 교수 임용 지원 당시 희망했던 강의 교과목 중 하나를 ‘기술정책이론’으로 기술했던 점을 비추어 봤을 때 김 씨가 이 후보자의 공직 실무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산자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장관은 공무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국비 지원과 유학 휴직 등을 남용해 학위 취득 후 복직하자마자 사익을 위해 (카이스트 교수로) 이직한 사람이 장관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직사회 기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직할 때 서로 추천서를 써줬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이와 같은 악습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퇴직 고위 공무원은 “일종의 품앗이라고 보면 된다. 언제 현직을 떠날지 모르는데 서로 추천서를 써주면서 이를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사기업이나 유관 부서가 현직 공무원이 써준 추천서를 무시하긴 어려운 일이다. 부처 갑질로 비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들어선 사라졌지만 과거엔 공공연히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자는 2011년 11월 2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성원에 대한 처벌 제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의 이직 논란을 두고 ‘내로남불’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당시 블로그 글에 “공동체의 이익에 반해 자신만의 이기적인 이익을 추구한 구성원에 대해 적절한 처벌이 반드시 기대된다”며 “cheating(편법)이 만연하거나 음성적으로 권장되는 사회에서 발전을 기대하는 쉽지 않다”고 썼다. 현재 이 후보자의 블로그는 폐쇄된 상태다.
‘꼼수 이직’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박사 학위 취득 2년은 국외훈련으로 국비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기간 1년 4개월 기간은 자비로 유학을 했다. 당시 공무원 복무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 이 후보자가 공무원을 그만두긴 했지만, 민간기업이 아닌 국립기관 카이스트로 이직해 학문연구와 후학양성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후보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은 것으로, 조 씨와 김 씨 두 분에게 추천을 받아 제출했다”고 전했다.
다만, 박사 유학 휴직의 경우 국가의 직접 지원은 없으나 공무원 보수규정 제28조에 의거 임금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카이스트 교수 경력을 살려, 2009∼2014년 일본 TCK, 2012년~2018년 SK하이닉스, 2019년∼2021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총 7억 85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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